배윤환이 나무 판 위에 채색과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인 '무제'. /사진제공=배윤환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 A동 1층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에는 다른 동료 작가들보다 오랜 시간 불이 켜져 있다. 그는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주변에 버려진 목재를 주워 미술 작품으로 바꿨다. 적갈색 빛이 감도는 나무판에 붓을 들고 앉아 있는 한 인물이 묘사된 작품, '무제'가 바로 그 같은 작업의 결과물이다.
배윤환의 회화 작업 '그래도 들개같이'. /사진제공=배윤환
"본능에 충실한 삶을 살고 싶다는 의미에서 '들개'가 지닌 의미에 주목했지만, 그와 함께 '능구렁이'처럼 계산적인 속내 없이는 생존하기가 어려운 미술계의 모습을 반영한 작업들이었습니다."
배윤환이 자신이 그린 회화로 구성한 영상 작업인 '능구렁이같이 들개같이'. /사진제공=배윤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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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에는 그의 '표현적 터치'가 가득한 그림이 들어갔다. 가로 6m, 세로 2.6m의 대형 회화 작업인 '그래도 들개같이'는 붓과 물감, 화가나 이젤 등을 작품의 요소로 등장시키는 한편, 그림 속 다른 이미지와 함께 자연스럽게 배치하면서 속도감 있는 화면을 구상했다.
현대미술가 유목연(38)은 배윤환에 대해 "그림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있다"며 "묵직한 매력을 발산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고 설명했다.
배윤환은 '그림을 그리는 나'를 통해 우리 모습도 되돌아 보게 만든다. '무제'의 화면 속 붓을 들고 있는 인물은 캔버스를 보지 않는다. '들개같은' 야성적인 필치로 묘사된 그림 속 화가는 관객의 시선이 자리한 위치, 즉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2014년 중앙미술대전에 8m 크기의 거친 나무판자 가벽에 70여 개의 액자 그림을 붙인 대형 회화 작업인 ‘클리프 행어’를 출품해 대상을 받았다.
젊은 작가에게 찾아보기 힘든 독특하면서 개성적이고 탁월한 필치로 동시대 인간군상을 묘사했다는 것이 당시 심사평이다. 하반기 서울시립미술관 난지창작스튜디오의 작가 작업실 개방 행사인 오픈스튜디오와 함께, 내년 두산갤러리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