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씨티은행, 계좌유지 수수료 5천원 부과한다

머니투데이 박재범 기자, 권화순 기자 2016.08.1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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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SC은행 폐지한 수수료 12년만에 부활.."10명 중 1명 잔고 0원" 시중은행 확산 가능성

[단독]씨티은행, 계좌유지 수수료 5천원 부과한다


한국씨티은행이 이르면 10월부터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인 예금계좌에 월 3000~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한다. SC제일은행이 2001년에 도입을 시도했다 고객들의 반발로 폐지한 뒤 12년만의 일이다. 씨티은행 차원의 고객 차별화 시도로 풀이되는 가운데 다른 시중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이달초 경영협의회를 열고 개인고객 소액계좌에 월 3000~ 5000원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씨티은행은 이미 지난해부터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해왔으나 결론을 못 내리다 이달초 본사와 협의를 거쳐 도입을 결정했다.



부과 대상 계좌는 잔액 1000만원 미만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국내에서 개인 고객에게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SC제일은행에 이어 씨티은행이 두 번째다. SC제일은행은 2001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했으나 소비자 반발이 거세 2004년에 폐지했다.

씨티은행이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면 씨티은행 개인 고객은 잔액에 따라 연간 3만6000원~6만원 수준의 계좌유지 수수료를 내야 한다. 씨티은행은 다만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 대상을 신규 고객으로 한정할지, 기존 고객까지 확대할지에 대해선 최종 결론을 유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씨티은행은 과거부터 거래 금액이 큰 '부자 고객'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며 “계좌유지 수수료로 수익을 올리겠다는 생각보다 수익에 큰 도움이 안 되고 계좌를 유지하는데 비용만 드는 소액 고객에게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해 고객 스스로 은행을 떠나도록 하는 '디마케팅'을 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다만 "고객 반응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수수료 부과 기준이 되는 잔액과 수수료 수준, 적용 대상은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씨티은행은 조만간 계좌유지 수수료 적용 대상과 부과 기준 잔액, 수수료 액수 등을 확정해 금융감독원에 약관 승인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약관 승인 심사는 통상 1개월이 걸린다. 금융당국이 “개별 은행의 수수료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씨티은행의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 계획에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계좌유지 수수료 부과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잔액 기준, 수수료 금액, 시행 시기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


계좌유지 수수료가 씨티은행을 시작으로 다른 시중은행으로 확산될 지도 관심사다. 계좌유지 수수료는 그동안 '뜨거운 감자'였다. 미국에선 3개월 평잔 기준으로 잔액이 일정 금액 이하면 월 5~10달러 수준의 수수료를 고객에게 부과한다. 은행 수수료 수익의 20% 가량이 계좌유지 수수료일 정도로 수익 기여도도 높은 편이다.

반면 국내 은행들은 소비자 반발을 우려해 계좌유지 수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국내 은행에 개설된 개인 계좌는 2억3000만개며 이 중 잔고가 0원인 상태로 1년이 넘은 계좌가 2700만개, 11.6%다. 여기에 수수료를 부과하면 은행으로서는 막대한 수수료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이자이익이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ATM(자동화기기) 이용 수수료나 송금 수수료는 원가 이하로 받고 있어 은행 수익성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계좌유지 수수료를 부과하면 고비용·저효율 고객을 내보낼 수 있고 기존에 없던 수익원도 생기는 만큼 은행들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의 반발 등 역풍도 무시할 수 없어 섣불리 계좌유지 수수료 도입을 검토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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