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슬픈 우화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 2016.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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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매미’ 조현석(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슬픈 우화


다행이다. 사람의 일생은 그나마 다양할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 일인가. 오로지 짝을 만나 종족을 번식시키는 과정이 일생이라면 그 또한 얼마나 서글픈가 말이다. 오랜 세월을 암흑에서 견뎌내고도 위험을 피해 저녁에만 우화한 매미는 또 밤낮없이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투한다. 우리가 ‘매미 노래’라 하지 않고 ‘매미 울음’이라고 말해왔던 것은 어쩌면 참 잘한 일이다. 처절한 사투를 어찌 노래라 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았겠나. ‘구름 없는 파란 하늘이 낮아 보’인다는 전언에 앞이 암담했을 것이며 ‘푸른 숲의 손짓은 다정’하다는 전설이야 익히 아는 것이므로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더워야만 울음이 가멸찰 수 있는 속성을 지닌 매미에게 ‘새하얀 폭염의 햇살’은 또 얼마나 그리웠겠는가.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슬픈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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