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현 여성가족부 차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던 2005년 말, 필자는 위안부피해자 지원 업무를 총괄하는 국장으로 있었다. 당시 한 해에만 피해자 할머니 열여덟 분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겪었다. 그분들이 마음의 고통을 간직한 채 세상을 떠나시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곤 했다.
지난 4월에는 중국에서 갑자기 다치신 할머니 한 분을 모시고 와서 4개월여 동안 병원 치료와 정서, 심리적 안정을 도와드렸다. 현재는 다소 안심할 수 있는 상태로 호전됐다는 소식을 듣고 한 조각의 위안을 얻고 있다. 하지만 현재 피해자 할머니들이 워낙 연세가 많고 최근 10년 동안 매년 열 분 가까이 영면하시는 모습을 생각하면 이제 한 분이라도 살아 계시는 동안 더 늦기 전에 그분들의 아픈 상처를 보듬어 드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7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달 28일 '화해·치유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재단 출범 전, 재단 준비위원회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본 결과 상당수 할머니들이 재단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견을 표명하셨다. 이제 재단이 적극적인 활동으로 할머니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할머니들을 위한 생활안정과 치료, 맞춤형 지원을 계속 확대해나갈 것이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인류 보편의 여성인권 문제인 만큼 미래세대가 교훈으로 삼고 기억할 수 있도록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e역사관' 운영과 역사교육도 계속해 갈 것이다.
다만, 재단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려면 국민들과 시민단체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피해자들을 위한다는 마음만큼은 정부와 국민, 화해·치유재단과 관련 시민단체들이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재단의 문은 늘 열려 있다. 이제는 위안부 피해자를 보듬는 일에 마음을 모아야 한다. 이것이 '화해'와 '치유'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