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에 보조기구 없이 아빠의 손을 잡고 걸어 들어가는 게 꿈이에요. 승마로 재활치료를 받으면 가능할까요?”
김철영 힐링위드홀스 대표와 희경양(가명·당시16세)의 첫 만남은 이렇게 시작됐다. 재활승마 첫날 희경양은 근육이 굳어 버려 다리가 벌어지지 않아 말 위에 앉아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겨우 말 위에 앉았지만 다리 근육에 힘이 없어 상체가 앞으로 계속 수그러졌다.
재활승마는 말위에 중심을 잡고 앉을 수 있다면 3살부터 가능하다. 말위에서 손을 놓고 균형을 잡는 훈련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힐링위드홀스)
김철영 힐링위드홀스 대표는 10년 경력의 재활승마 전문가이다. (사진=이우기)
승마는 말 위에 올라타고 걷는 것만으로도 수영과 맞먹는 에너지를 소모한다. 40분 정도 말을 타면 스쿼드 2000번 하는 움직임의 운동효과와 맞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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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소통하며 사회성 길러 발달장애인에 도움
재활승마의 또 다른 장점은 동물과의 교감이다. 보통 300~400kg이 넘는 말을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건 사람의 힘만으로는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다. 말과 사람끼리 신뢰가 형성됐을 때 가능한 일이다. 재활승마에서 말이 물리치료사의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성에 어려움을 겪는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유익한 이유다.
김 대표는 “사람과 말 사이에 교감이 이뤄지면 작은 손동작 하나만으로도 말을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발달장애아동들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물론 말의 냄새와 소리 움직임을 느끼면서 다양한 감각을 자연스럽게 훈련할 수 있다.
발달장애아동이 말위에서 고리넣기를 하고 있다. 몸의 균형감각을 길러줌과 동시에 보조교사와 말(馬)과 소통하며 사회성을 기른다. (사진제공=힐링위드홀스)
김 대표는 “처음에 무섭다고 울던 아이들이 말을 만지며 웃고 마음을 열기 시작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이것이 바로 재활승마의 매력"이라고 전했다.
◇10년 경력 재활승마 전문가에서 사회적기업가로
김 대표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말(馬)을 배운 10년 경력의 베테랑 말 전문가이다. 재활승마의 매력에 푹 빠져 있던 그는 다니던 회사가 서울법인을 철수하고 지방으로 내려가게 되자 스스로 승마장을 차렸다. 재활승마를 계속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말의 걸음걸이는 사람과 매우 흡사해 말위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골반근육이 자극돼 보행장애인들의 재활에 효과적이다.(사진=이우기)
힐링위드홀스는 승마 레슨, 승마교관 훈련 및 교육도 하지만 '재활승마'가 주된 사업이다. 매월 재활승마를 위해 힐링위드홀스 승마장을 찾는 사람은 40~50명 정도다.
김 대표는 “장애 정도에 따라 경증이면 2명 중중이면 4명의 사이드워커(보조요원)가 필요하다”며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회사의 이익이나 효율을 따진다면 재활승마를 할 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힐링위드홀스는 재능나눔을 통해 자원봉사자들을 교육시켜 보조요원으로 활동하게 한다. 재활승마를 위해선 최소 2명~4명의 보조교사가 필요하다.(사진제공=힐링위드홀스)
사이드워커는 재활승마교육 때 장애인들이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잡아주고 무서워하지 않도록 말에 대해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현재 정기적으로 재활승마를 돕고 있는 자원봉사자는 4명이며 필요에 따라 수시모집 형태로 인원을 충원한다.
사이드워커는 2시간 정도 말과 승마에 대한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대학교 봉사동아리와 협업을 맺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 취약계층 장애아동에게는 할인혜택
힐링위드홀스는 용인 CC와 대전· 남양주 등 세 곳에 거점 승마장을 두고 재활승마를 운영하고 있다. 재활승마교육비는 한 회당 5만 원 선이다. 지역아동센터와 같은 취약계층의 장애아동들에게는 다소 할인혜택을 주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그는 이 같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바우처 수행기관 인증을 준비 중이다. 인증을 받으면 장애인들은 정부 바우처를 통해 힐링위드홀스에서 재활승마교육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