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동의 틱, 택, 톡] 리우올림픽이 기대되는 이유

스타뉴스 김재동 기자 2016.08.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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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인 대형 예수상과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모습./사진= 올림픽 조직위 제공리우데자네이루의 상징인 대형 예수상과 올림픽 개막식이 열리는 마라카낭 주경기장의 모습./사진= 올림픽 조직위 제공


남미 최초의 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이 6일 개막한다. 열대야가 기승인 여름 한복판의 밤이 더욱 뜨거워질 모양이다.

올림픽하면 기억나는 장면이 하나 있다. 88올림픽 당시 탁구경기를 지켜보면서 목격했던 일이다. 우리나라 선수와 외국선수가 맞붙었었고 외국선수가 본인 공격이 성공했다는 심판의 판정이 잘못되었다며 스스로 점수판을 고쳤었다. 충격적일만큼 참신했던 장면이라 당시 선수들 이름은 잊었지만 근 30년이 지나도록 뇌리에 남아있었다.

그 흐릿한 기억을 붙잡고 당시 기사들을 찾고 찾다보니 1988년 9월29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가십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기사 제목이 ‘탁구장의 올림픽 정신’이었다. 우리 선수는 김기택였고 외국선수는 스웨덴의 외르겐 페르손이었다. 남자단식 예선서 김기택과 조수위를 놓고 접전을 벌이던 페르손은 마지막 5세트 16-17로 뒤진 상황에서 백핸드 드라이브에 성공, 선심으로부터 유효선언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공이 네트에 걸렸음을 고백하며 스스로 점수판을 정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의 금메달 획득 순간들조차 잊혀졌건만 그 장면 하나는 용케 잊혀지질 않았다.



올림픽이 감동을 안겨준 사례는 많다. ‘각본없는 드라마’를 써내려간 주인공들도 많았고 역경을 이겨내고 환호의 순간을 맞은 인간승리의 주인공들도 많았다. 세계의 젊은 선수들이 잘 단련된 육체와 정신으로 정직하게 경쟁하면서 말은 안통해도 몸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우애를 나누는 장이 올림픽이다. 비록 정치에 발목잡히고 상업주의에 물들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민족·이념·종교적 갈등을 풀고 인류애를 나누기에 아직은 올림픽만한 제도가 없어보인다.

이번 올림픽은 뜻밖에 반향은 적고 우려만 많은 채 개막된다. 코파카바나해변과 코르코바두산의 거대한 예수상으로 유명한 개최지 리우데자네이루는 나폴리·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지만 그곳으로부터 들려오는 소식은 지카 바이러스부터 파업, 시위, 교통체증, 봉송성화 습격등 우울하기만 하다. 2009년 코펜하겐 IOC 총회에서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될 때만해도 브라질은 러시아, 인도, 중국과 함께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명명한 ‘BRICs’의 당당한 주역, 신흥 경제국으로 각광받았었다.



하지만 IOC 위원 딕 파운드가 “7년 사이에 많은 것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한대로 브라질은 추락했다. 급기야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일 “IOC가 향후 조금이라도 불안정한 조짐을 보이는 도시에서는 올림픽 개최를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 개도국 개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전하기도 했다.

세계적으로도 파리·브뤼셀·터키등 곳곳에서 간단없이 터지는 테러소식과 브렉시트 사태, 미국 대선등의 이슈들 역시 올림픽으로 향하는 이목을 분산시키고 있다.

그래도 올림픽은 반갑다. 전직대통령을 뇌물수수의혹으로 수사했던 전 검사장이 변호사 개업 5년만에 오피스텔만 123채를 소유하게 됐다던가 암표팔아 4000원 부당이득을 챙긴 회사원조차 구속했던 검사장이 100억대 부당이득을 챙겼다던가 고위교육공무원이 99% 국민을 개 돼지로 취급했다더라는 머릿속까지 후끈 달아오르는 소식 때문에 염천 복더위가 더욱 뜨거워진 판이라 더하다.


이런 부당한 사회의 탈출구 삼아 정정당당한 승부가 펼쳐지리라 기대하며 즐겼던 프로야구판마저 사실은 승부조작이 횡행했다하니 숨쉬기조차 거북한 판이다.

국기를 앞세운 경쟁이니 메달도 중요하다. 하지만 못따면 어떤가. 정당한 승부로 정직한 땀의 결실을 얻으려는 젊음의 각축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쉬기가 훨씬 편해질 것 같다.

3일 리우에 입성, 마라카낭 주경기장을 밝힐 성화의 점화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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