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치장과 위장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6.08.0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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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치장과 위장


생태계에서 ‘색(色)’은 두 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첫째는 치장이요, 둘째는 위장이다. 치장은 화장(化粧)과 홍보의 전략이다. 각시붕어의 혼인색, 공작의 화려한 꽁지깃은 치장이다. 반면 카멜레온의 보호색은 위장이다. 치장은 ‘내가 여기 있으니 좀 봐 달라’는 일종의 홍보 전략인 셈이고, 위장은 ‘나 여기에 없다’라는 방어 전략인 셈이다. 위장 없이는 내일은 없다. 홍보비(치장)로 색이 과도하게 지출될 경우, 멋진 배우자의 눈에 띌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포식자의 눈에 띌 위험성도 함께 높아진다. 용감한 자만이 미인을 얻기도 하지만 용감한 자가 국립묘지에 먼저 묻히기도 한다는 것은 생태계의 엄연한 진실이다. 국방비(위장)로 색이 과도하게 지출될 경우, 안전을 보장받고 장수를 누리겠지만, 짝이 없는 고독하고 우울한 말년을 각오해야 한다. 득에는 실이 따르는 법, 색을 쓰는 자들이라면, 마땅히 이해득실을 고려하여, 치장과 위장에 ‘색’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시길 바란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치장과 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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