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쌀 때 사자"… 강남의 재테크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6.08.0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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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1108원으로 연중 최저치 재경신… 전문가들 "추가 하락시 분할 매수"

"달러, 쌀 때 사자"… 강남의 재테크


50대 후반의 김 모씨는 최근 3주동안 매주 달러를 사들이는데 8000만원을 썼다. 앞으로도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때마다 달러를 매수해 규모를 2배까지 늘린다는 생각이다.

외국계 회사에 근무하는 이모씨도 지난달 29일 1800만원을 달러환전 외화예금에 넣었다. 그는 앞으로 월급 일부를 외화예금에 적립할 예정이다.



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 연속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우자 달러자산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이 하나 둘 나타나고 있다.

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2.2원 내린 1108.0원을 기록하며 연중 최저치를 다시 경신했다. 1110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13개월여만이다.



달러 약세는 여러 요인이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어려워졌고 일본중앙은행(BOJ)의 통화정책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2.6%)보다 부진한 1.2%로 발표됐다는 점도 배경으로 해석된다.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사들이며 원화수요가 늘었다는 점도 급격한 원/달러 환율변화를 야기했다. 외국인이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코스피시장에서 사모은 주식은 4조3000억원이 넘는다.

달러/사진=머니투데이DB달러/사진=머니투데이DB
대신증권의 달러자산은 지난 5월말 1억6883만달러에 불과했으나 7월말 기준으로는 3억1121만달러로 두배 가까이 늘었다. 6월 2961만달러가 유입됐고 7월에는 1억1277만달러(약 1250억원)가 증가한 결과다.


강준호 대신증권 잠실신천지점 PB(프라이빗뱅커)는 "최근 달러가 하락할 때마다 손실 우려보다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며 "달러자산 투자를 위해 7월에 들어온 개인자금이 우리 지점에서만 100만달러(약 11억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자산가들이 달러 투자에 나서는 것은 브렉시트 등으로 인해 미뤄진 미국의 금리인상이 연말께 다시 시작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되면 달러 강세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이런 시각에서는 최근처럼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국면이 절호의 매수 기회가 된다.

대신증권은 2분기 미국 GDP 쇼크로 금리인상 시점은 지연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준이 성명에서 이르면 9월, 늦어도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황"이라며 "금리인상 시기마다 달러 강세가 연출될 수 있으며 연고점도 뚫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춘옥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이번주 초까지는 원달러가 하락세를 보이겠지만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발언과 미 고용보고서에 따라 반등할 수 있다"며 "분할 매수할 시기로는 지금이 적기"라고 언급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8월 이후에는 미국 금리인상 기대감이 나오면서 환율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계절적 달러수요와 함께 통화정책 등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달러투자 여건이 좋은 것이 사실이나, 단기간에 승부를 내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홍 팀장은 "7월말부터는 여행 성수기(여행수지적자)라 8월에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반등하는 시기"라며 "이런 시점에서도 환율이 계속 하락하는 이례적인 현상을 감안하면 추세가 좀 더 이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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