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B, 금리인상 신호 쐈지만…시장선 "두고 봐야"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7.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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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성명 "단기 리스크 줄어"…시장선 금리인상까지 불확실성 아직 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한동안 외면해온 금리인상 카드를 다시 꺼내들었다. 빠르면 오는 9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FRB가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고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다는 이유로 시장에선 아직 FRB의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크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FRB "단기 리스크 줄었다"…연내 금리인상 신호?
FRB는 27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다만 이날 발표한 성명에선 "경제전망에 대한 단기 리스크(위험)가 줄었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RB가 빠르면 9월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고 봤다.



FRB는 지난해 12월 2006년 이후 첫 금리인상에 나선 뒤 줄곧 추가 금리인상 기회를 엿봤다. 원래는 올해 금리를 4번 더 올릴 생각이었다. 그러나 연초 중국발 쇼크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등 불안감이 커지자 올해 금리인상 횟수를 2번으로 줄일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이후 경기 여건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중국의 성장둔화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의 성장률이 지난해 2분기 3.9%(전분기 대비 연율 기준)에서 올 1분기에 1.1%까지 떨어졌다. 미국 경제 회복세를 대변해온 고용지표도 5월에 최악으로 돌변했다. 지난달 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가 터지자 시장에선 FRB의 연내 금리인상이 완전히 물 건너 간 것으로 봤다.



지난 두 차례의 회의에서 '리스크'에 대해 아예 침묵한 FRB는 이날 멤버들 사이에 경기에 대한 확신이 커졌음을 드러냈다. FRB는 성명에서 노동시장이 6월 회의 이후 강력해졌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엔 노동시장 개선 움직임이 둔화됐다고 했다.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자수는 지난 5월에 1만1000명에 불과했지만 6월에는 28만7000명으로 늘었다. 고용안정세가 회복된 셈이다.

FRB는 가계지출 또한 강력하게 늘고 있다고 했다. 탄탄한 소매판매 지표를 근거로 댔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핵심 부문이다. FRB는 이런 이유로 전반적인 경제활동이 '적당한 속도'(moderate rate)로 확대되고 있다고 봤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금융시장은 브렉시트 쇼크에도 불구하고 재빨리 안정을 되찾았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에 맞먹는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일단 기우로 판명됐다.


◇"불확실성 여전"…시장선 금리인상 확률 더 낮춰
로베르트 페를리 코너스톤마크로 애널리스트는 "FRB가 경기진단을 통해 고무된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FRB가 이번 성명을 통해 공식적으로 표명한 건 아무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그뿐이라는 얘기다. 페를리는 FRB가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여전히 50대 50으로 본다고 했다.

금융시장 분위기도 마찬가지다. 이날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FRB의 성명 발표 직후 잠깐 올랐다가 2주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달러값도 오르다가 곧 상승폭을 반납했다. 전문가들은 FRB가 언제 금리를 올리겠다는 식의 구체적인 방침을 밝히지 않고는 시장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CME그룹에 따르면 미국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서 이날 FRB의 성명 발표 뒤에 본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은 18%로 전날(19.5%)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연내에 한 차례라도 금리인상을 단행할 확률 역시 52.2%에서 47%로 낮아졌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FRB가 이날 발표한 성명이 금리인상으로 가는 '아기 걸음마'(baby step)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신 투자노트에 FRB가 12월에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본다며 9월에 금리인상이 있으려면 고용·물가지표에 '블록버스터'급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썼다.

WSJ도 FRB의 금리정책 향방은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에 달렸다며 특히 7, 8월 고용지표가 9월 FOMC 정례회의 전에 나온다는 데 주목했다.

FRB도 이날 인플레이션 지표와 세계 경제, 금융시장 흐름 등을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상승률의 경우 지난 4년간 FRB의 정책 목표치(2%)를 밑돌았다.

브렉시트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아직 장담할 수 없다.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지만 영국은 아직 공식적인 브렉시트 절차에 착수하지 않았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연내에는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리스본조약 50조가 발동되면 영국와 유럽연합이 2년 안에 탈퇴 협상을 마쳐야 한다.

한편 금융시장에선 재닛 옐런 FRB 의장의 잭슨홀미팅 강연(8월26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가 직접 금리인상 신호를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에서다.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매년 여름 개최하는 잭슨홀미팅은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수장과 경제학자들이 모이는 경제정책 심포지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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