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케이스 걸린 '아너힐즈' 고분양가…"강남 집값 달라질 것"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송학주 기자 2016.07.27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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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강남 재건축 열기 한풀 꺾일것, 매수세 위축·호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범 케이스 걸린 '아너힐즈' 고분양가…"강남 집값 달라질 것"


정부가 집단대출 고삐 죄기에 나서면서 첫 적용 단지인 서울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주공3단지 재건축) 분양에 빨간불이 켜졌다.

현재 책정된 분양가보다 3.3㎡당 200만원 이상 낮춰야 분양 승인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추후 분양이 예정돼 있는 인근 단지 분양가 등 강남 집값에 어떤 영향을 줄 지 관심이 모아진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난 25일 '디에이치 아너힐즈'에 대한 분양보증을 거부한 것은 정부가 강남 재건축 단지 분양가를 사실상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금의 강남 재건축 부동산 열기가 한 풀 꺾일 것"이라고 전망한다.

26일 HUG에 따르면 '디에이치 아너힐즈'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신청한 분양가는 3.3㎡당 4313만원이다. 이는 지난 5일 분양보증을 신청했다 보류된 4445만원보다 132만원 낮은 가격이다.



하지만 HUG는 조정한 분양가 역시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올해 6월 기준 강남구 평균 분양가인 3804만원보다 13% 높고, 3개월 전 분양한 인근 개포동 주공2단지(래미안 블레스티지) 분양가 3762만원보다 14% 높다는 것이다.

HUG 측은 "최근에 분양한 인근 단지보다 분양가가 10% 이상 높아 고분양가로 판단한 것"이라며 "인근 분양단지 대비 110%를 넘지 않는 범위 이내여야 분양보증 승인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포 주공2단지 평균 분양가(3.3㎡당 3762만원)의 110%인 4138만원 이하로 책정해 재신청하는 경우에만 보증서 발급이 가능하다는 것인데 지금의 4313만원보다 175만원 낮은 금액이다.


HUG 결정에 시장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부가 HUG를 통해 고분양가나 미분양 우려 사업장에 대한 보증심사 강화, 보증료율 인상 등의 방식으로 관여한 만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집단대출 규제 후 처음 적용되는 단지인 만큼 시장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면서 "이번 조치가 과열된 시장에 경각심을 주면서 고분양가 릴레이를 차단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집값 영향 받을까 = 강남 재건축 조합들은 분양가 책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우리 단지도 당연히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재 분위기상 (3.3㎡당) 5000만원 가까이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물 건너 간 것 같다"고 말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하반기 서울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분양이 예정된 단지는 '디에이치 아너힐즈'를 비롯해 9919가구에 이른다. 이중 일반 분양분은 2634가구 규모다.

△강동구 명일동 '래미안 명일역 솔베뉴'(1900가구) △강동구 고덕동 '고덕 그라시움'(4932가구)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한신 18·24차(475가구) △서초구 잠원동 '아크로리버뷰'(595가구) △송파구 풍납동 '우성·삼용'(697가구) 등이다.

신반포5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뷰'는 오는 9월 분양을 계획하고 있는데 3.3㎡당 분양가가 50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HUG의 '110% 기준'을 적용할 경우 올 1월 인근에 분양한 '신반포자이'가 3.3㎡당 4290만원에 분양된 만큼 4720만원을 넘을 수 없다는 계산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강남지역 부동산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을 앞둔 단지들이 분양가를 낮게 책정하면 재건축 사업 수익이 줄고 조합원 추가분담금은 늘어나게 된다. 결국 재건축 단지들의 매수세 위축과 호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일단 분양을 앞둔 단지 위주로 매수세가 주춤해지고 거래량도 줄면서 호가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지금은 피하자'라는 심리가 작용하면 분양 일정 자체를 미루는 단지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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