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9일 탄생 110주년을 맞는 간송(澗松) 전형필(全鎣弼‧1906~1962).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지 않던 겸손한 간송의 성품에 맞춰 간송미술문화재단(간송미술관 운영법인)은 탄생일을 성대한 행사 없이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대신 간송이 지켜낸 고미술품과 동시대 미술가들의 작품을 함께 조명하는 이색 전시를 오는 9월 개최할 예정이다.
간송이 지켜낸 문화재로 대표적인 것이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제70호)이다, 1940년대 초반 1만 1000원이라는 거액을 내고 이 책을 사들였다. 당시 서울의 기와집 한 채 값이 1000원 하던 시절로, 간송의 위험마저 감수한 결정이었다. 조선어 교육 금지령 등 문화말살 정책을 폈던 일본 총독부가 간송의 훈민정음 해례본 보유 사실로 해코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간송이 1938년 세운 '보화각'(현 간송미술관)은 그의 성품처럼 덤덤한 백색 건물로, 오랜 시간 이 땅의 문화재 보존·연구에 힘써왔다.
재단은 간송 탄생 110주년을 맞아 국보급 소장품을 대거 전시하기보다 젊은 현대미술가 작품을 함께 조망하는 전시를 준비 중이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재단은 오는 9~10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현대미술가 30여 명이 함께 하는 간송 탄생 110주년 기념전 '온고지신' (가제·간송문화전 7부에 해당) 전을 기획하고 있다. 동시대 작가의 작품과 함께 간송의 소장품 일부를 함께 전시하는 무대다. 많은 수의 현대미술가가 간송의 전시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송의 유지와 그가 지켜낸 한민족 혼에 대한 해석은 오늘을 살아가는 예술가들의 몫이라는 의미에서다. 국내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 간송의 뜻을 해석한 작품을 내놓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