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청춘들의 표류기..그들이 분노하다

대학경제 권현수 기자 2016.07.2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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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권현수 머니투데이 대학경제 부장


신조어는 그 시대의 변화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척도다.

오랜 기자생활을 하면서 해가 지날 때마다 다양한 신조어를 접했다. 이를 유심히 들여다보면 우리나라가 저성장 시대, 확연한 빈부 격차를 향해 질주하는 것으로 느껴진다.

소비문화가 왕성했던 1990년대 X세대, 오렌지족이 거론되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 88만 원 세대에서 이제는 헬조선, 흙수저에 이르렀다. 신조어의 변화만 보더라도 경기상황이 하향곡선을 그린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런 경기상황과 맞물려 근래 신조어는 불편하고 갑갑하다. 시대를 이끌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청년실업률이 10.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며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여러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얼마 전 '청년층의 사금융 이용급증', '여대생 성매매 성행', '생계형 알바로 연명하는 취준생' 등의 기사를 쓰면서 만났던 취재원으로부터 '헬조선, 흙수저'라는 단어를 공통분모처럼 숱하게 들었다.

신조어를 빗댄 청춘의 분노가 뇌리에 남는다. 특히 처지를 비관하는 청년층의 박탈감과 물질만능주의의 팽배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등록금 마련을 위해 시작한 여대생 성매매가 결국 명품구입, 성형수술 비용을 위해 지속되며, 사금융 대출 후 스포츠 토토와 주식으로 한탕의 꿈을 꾸다 채무 불이행자로 전락하는 청년들을 바라보면 충격적이었다.


일부 청춘들의 얘기로만 치부하기에는 이런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3년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사금융 이용자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용자의 23.8%가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경험이 있고 20~30대층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청춘들은 취업난 속 가진 것이 없어 진퇴양난에 빠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하지만, 필자는 그들이 스스로 고립된 것은 아닌지 반문해보고 싶다.

특히 안타까운 점은 청년층이 이미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시대', '티끌 모아 티끌'이라는 식으로 '돈'이 사회의 계급을 정한다는 것을 수용하고 패배주의에 깊게 젖어 있다는 사실이다.

청년층의 희망을 잃는 것처럼 우려되는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의 분노가 지속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그들과 소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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