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반세기 동안 한국 사회는 국내외적 변화의 소용돌이 중심에 놓여 있었다. 경제적으로 외환위기는 국민들 모두에게 큰 고통과 시련을 안겨준 바 있다. 북핵문제와 천안함 침몰, 연평도 무력도발, 휴전선 목함지뢰 사건들은 한반도에 안보위기를 초래해 국민들을 불안하게 했다. 그런가 하면 여야 간 정권교체 과정에서 나타난 대통령의 탄핵과 자살 사건 등은 정치적으로 우리 사회의 갈등과 대립을 심화시키기도 했다.
이 같은 격변 속에서도 지역사회가 안정을 유지하면서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제회복과 지역복지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지방자치 때문에 가능했다. 국가적인 혼란과 마비를 극복하고 정국의 안정을 도모하는 데 지방자치가 적지 않게 기여했다. 그런 점에서 지방자치의 부활로 얻은 성과는 지금까지 소요된 비용을 지불하고도 남을 만큼의 이득이 있다고 본다.
지방의회도 제 위상과 기능을 찾지 못하고 주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되는 데 꼭 필요한 주민들의 자치의식도 제자리다. 물론 자기 지역의 이익을 보호하고 챙기는 권리의식은 높아졌지만, 이에 상응하는 책임의식과 공동체의식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자치의식 제고를 위해 필요한 교육적 투자와 노력을 하지 않은 결과다.
이유는 이렇다. 지방자치 부활 이후 지방정책들은 대부분 근시안적이고 졸속적이었다. 기껏해야 다음 선거를 의식한 공약 실현 중심의 단기적 정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역의 미래발전과 지역민들의 행복을 위해 정립돼야 할 미래비전과 전략들은 실종되거나 주민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지역발전의 비전과 목표, 실행계획과 성과지표도 체계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그저 장밋빛 구호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것도 단체장이 바뀌면 사라지고 새로운 구호가 등장한다.
현대 행정에선 정책디자인보다 중요한 것이 정책소통이다. 정책을 새로 디자인하거나 리디자인 할 땐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지역민들의 동의를 반드시 얻어야 한다. 주민들에게 동의를 얻으려면 올바른 판단력을 갖게 해줘야 한다. 올바른 판단력을 키우려면 충분하고 정확, 신속한 정보를 제공해 공유해야 한다. 아무리 결정이 급해도 이 과정을 생략해선 절대 안 된다. 정책 디자인이 아무리 잘 돼도 정책 소통이 안 이뤄지면 정책이 지연되거나 지역사회의 갈등 등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되고 정책집행 자체가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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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자치단체들은 행정구역을 초월해 인근 자치단체들과 정책적으로 협력해 지역의 공동문제를 함께 풀어가야 한다. 현대 행정은 대단위 권역을 설정하고 광역적 행정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교통, 환경, 취업, 치안, 지역경제 등의 문제를 상생적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음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제 성년으로 자란 한국의 지방자치는 미래, 소통, 협력을 중심으로 한 정책쇄신으로 새로운 도전이 필요한 시점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