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손정의, 은퇴번복 후 첫 M&A '사물인터넷'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6.07.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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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ARM 36.5조원에 인수…사물인터넷과 휴대폰 사업 융합 목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의 공격적인 M&A(인수합병) 행보는 끝나지 않았다. 이번 목표는 '사물인터넷'(IoT)이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홀딩스를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책정된 인수가는 ARM 주당 17파운드로 지난주 ARM 종가에 43%의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다. 총 인수가는 243억파운드(약 36조5150억원)로 유럽 IT(정보기술) 분야 사상 최대 규모다. ARM는 소프트뱅크의 완전 자회사로 들어가며 전체 인수 과정은 오는 9월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ARM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용 CPU(중앙처리장치) 설계에서 세계 최대 기술력을 지닌 업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 세계 스마트폰에 사용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의 95% 이상을 ARM이 설계한다. 애플, 삼성전자 등을 상대한 B2B기업이라는 점에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엄연한 영국 최고 IT기업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인수의 배경은 사물인터넷 분야 강화다.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둔화를 겪기 시작하면서 사물인터넷은 IT 분야를 이끌 새로운 성장 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ARM는 이전부터 사물인터넷 분야로 투자를 지속해왔다. 지난 5월에는 영국 스마트 카메라업체 아피칼을 3억5000만달러(약 3975억원)에 인수한 것도 그런 목적에서다. 소프트뱅크는 이런 ARM를 손에 넣어 사물인터넷 시장 선점에 나서겠다는 목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손정의 사장은 "사물인터넷이 가져다주는 중요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며 사물인터넷 사업 확대 및 소프트뱅크의 주력인 휴대폰사업과의 융합을 목표로 잡고 있다는 뜻을 밝혔다.



최근 은퇴를 번복하고 다시 일선에 뛰어든 손정의 사장은 공격적이고 통큰 베팅으로 유명하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M&A 거래 규모는 총 820억달러(약 93조1356억원)에 달한다. 2000년 알리바바 투자, 2006년 보다폰 일본지사 인수 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2000만달러(약 227억원)를 출자했던 알리바바는 시가총액 650억달러(약 73조8270억원)의 초대형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그의 선견지명을 증명했다. 소프트뱅크는 현재 알리바바의 지분 28%를 소유 중이다.

이 같은 손정의의 성향과 더불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으로 인한 영국 파운드화의 급락도 인수 결정에 힘을 보탰다는 관측이다. FT는 브렉시트로 파운드화 가치가 엔화 대비 30% 가량 하락하면서 ARM의 인수 매력도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ARM가 브렉시트 영향력에서 상대적으로 벗어난 기업이라는 점도 인수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ARM는 제조공장 없이 설계 및 개발에만 주력하는 '팹리스'(패브리케이션과 리스의 합성어) 업체다. 현재 4000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ARM는 작년 4억2890만파운드(약 6459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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