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141만원', 현대重 노조 월급명세서의 비밀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16.07.19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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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융자금·성과급·상여금 빠져

황시영 기자수첩황시영 기자수첩


"10년차 실수령액 141만원"

임금협상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업에 들어갈 즈음이면 노동조합은 언론에 이런 내역이 찍힌 급여명세서를 공개하곤 한다. 고액 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파업에 나선다는 비난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다.

파업을 앞둔 현대중공업 (131,500원 ▼1,200 -0.90%) 노조는 얼마전 '월급 141만원'이 찍힌 조합원 A씨의 급여 명세서'를 공개했다.



사업보고서상 1인 연간 평균 급여액이 7826만5000원(평균 근속연수 16.3년)에 달하는 이 회사 근로자가 왜 월급을 141만원밖에 받지 못할까. '기성 언론'은 이처럼 열악한 수준의 급여를 받는 근로자들을 '귀족'이라고 몰아부쳤을까.

기자도 궁금해서 내역을 따져 봤다.



우선 141만원은 세후 숫자다. A씨의 세전 월급은 242만원이다. 여기서 근로소득세·지방소득세·건강보험료·국민연금·개인연금·노조회비·융자금 등을 뺀 숫자가 141만원이다.

둘째, '급여 명세서'와 함께 나온 '상여금 명세서'가 제외돼 있다. A씨의 급여 명세서는 올해 4월분인데, 4월은 상여금이 나오는 달이다. 현대중공업은 2, 4, 6, 8, 10월에 약정수당(기본급+각종 수당)의 100%, 12월에 약정수당의 2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다. 여기에 연말 성과급을 추가로 지급한다. 추석·설 등 명절에도 약정수당의 50%씩을 준다. 이밖에 명절 귀향비, 여름 휴가비, 생일 수당이 있다. 회사는 지난해 1조5401억원 적자를 기록했지만 상여금과 성과급, 각종 수당은 그대로 지급했다. '141만원'에는 이 모든 금액이 빠져있다.

셋째, A씨의 월급 공제 내역을 보면 집값 마련을 위해 회사로부터 빌린 융자금이 19만원, 동호회·향우회 등 사내 친목 모임에 내는 단체회비가 28만원이다.


A씨를 '평균적인 직원'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이다.

'월 수령액 141만원'이라면 연봉이 2000만원에도 훨씬 못미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노조가 내민 명세서는'진실'은 아닌 것이다.
'월급 141만원', 현대重 노조 월급명세서의 비밀
노조 관계자는 "상여금 명세서를 빼고 보여준게 맞다"고 뒤늦게 인정했다. 이어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휴일근무, 고정연장근로 수당이 없어져 앞으로 연봉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앞으로의 일과 '141만원 명세서'는 별개의 문제다.

구조조정 칼날 앞에 놓인 노조원들의 주장을 무조건 폄훼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이것 저것 다 뺀 급여명세서로 비판을 비켜가고 '사회적 약자'로서 동정을 얻으려 하다가 오히려 다른 주장들의 정당성마저도 의심받게 된다. 일반 국민들과의 정서적 괴리도 더 커질 것이 안쓰러워 따져본 것이다.

모든 주장은 투명한 '팩트(FACT)'를 기반으로 할때 설득력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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