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몽FTA 추진 합의…朴대통령 "협상 빨리 시작하자"

머니투데이 울란바토르(몽골)=이상배 기자 2016.07.1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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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상보) 朴대통령, 한·몽 정상회담…5조원 몽골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 참여 추진

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 사진=뉴시스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 사진=뉴시스


박근혜 대통령과 차히야 엘벡도르지 몽골 대통령이 한·몽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추진에 합의했다. 이르면 올해말 공동연구에 착수해 박근혜정부 임기 중인 내년말 FTA 협상에 돌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양국은 몽골 정부가 주도하는 전력 인프라 사업 등 총 45억달러(약 5조원) 규모의 14개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를 추진키로 했다.

17일(이하 현지시간) 청와대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몽골 울란바토르 정부청사에서 엘벡도르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한·몽 간에 FTA의 일종인 EPA(경제동반자협정)를 체결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개시키로 뜻을 모았다. 양국은 이르면 올해말 또는 내년초 공동연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공동연구는 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의 사전절차에 해당한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EPA 공동연구를 개시하기로 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하고, 이 같은 노력들이 양국 간 큰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교역과 투자 확대로 이어지길 기대한다"며 "정상회담 후 바로 공동연구에 착수하고, 연구를 조기 종료시켜 협상을 빨리 시작하자"고 제안했다.

한·몽 FTA가 체결될 경우 전자·자동차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몽골 수출이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몽골의 자동차 시장은 토요타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사실상 석권하고 있다. 또 한·몽 FTA 체결시 몽골의 대한국 주요 수출품인 구리 등 광물에 대한 관세도 인하될 전망이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몽골이 처음으로 체결해 6월 발효한 몽골·일본 EPA의 경우 공동연구에 약 1년이 소요됐다"며 "이에 비춰볼 때 올해말 한몽 EPA에 대한 공동연구가 올해말 시작되면 이르면 내년말 EPA 협상에 들어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PA는 관세율 인하 등 무역 자유화에 초점을 맞추는 일반 FTA와 달리 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걸친 협력 활성화를 지향하는 협정이다. 일반 FTA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세 철폐 범위가 좁은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가 인도와 체결한 CEPA(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도 EPA에 해당한다.

이날 회담에서 양 정상은 경제 분야 16건을 포함해 총 20건의 MOU(양해각서) 체결에 합의했다. 이 가운데 9건은 정상회담 직후 두 정상의 입석 아래 체결됐다. MOU 등에 따라 양 정상은 27억달러(약 3조원) 규모의 전력 인프라 사업을 비롯해 몽골 정부가 주도하는 총 45억달러 규모의 14개 프로젝트에 한국 기업의 참여를 추진키로 뜻을 모았다.


전력 인프라 분야에서 몽골은 제5발전소, 타반톨고이 발전소 등 5건의 발전소 건설과 송전망 구축 사업 등을 준비 중이다. 또 몽골은 울란바토르 지역에서 철도 및 도로망 확충, 아파트 공급, 위성도시 개발, 지역난방 및 용수 공급 등 총 8억4000만달러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또 두 정상은 풍력, 태양광 등 3억8000만달러(4300억원) 규모의 몽골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에도 한국전력 등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를 추진키로 했다. 황사의 주요 발원지인 몽골 고비지역에서 3000ha(30㎢) 면적의 조림 관리를 통해 사막화와 동북아시아 황사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협력도 확대키로 했다. 치료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몽골 환자들을 위한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과 한류 콘텐츠의 몽골 진출 지원, 문화유산 공동조사 등도 추진된다.

이어 양국 공동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우리 두 정상은 상대 국민의 안정적 방문 및 체류 보장을 위한 제도적 보완 조치를 강구하기로 했다"며 "한·몽 간 항공노선 확대 문제 등에 대해 의견 접근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인천~울란바토르 노선 복수항공사 취항 문제에 대한 논의가 탄력을 받을 지 주목된다.

정부는 현재 국내 항공사 가운데 대한항공 단독으로 취항 중인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에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사도 참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기준 한·몽 간 항공 수요는 약 19만명으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탑승률은 성수기의 경우 90%에 육박한다.

이에 양국은 지난 5월 엘벡도르지 대통령의 방한 당시 2018년 울란바토르 신공항 개설을 계기로 인천~울란바토르 노선의 복수항공사 취항과 운항 횟수 증대 문제를 적극 협의해 나가기로 뜻을 모은 바 있다. 그러나 이후에도 몽골 측이 '1도시 1항공사' 원칙을 내세우며 반대함에 따라 논의의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몽골은 울란바토르를 떠나 베이징을 거쳐 제주에 도착하는 노선을 역제안했지만, 이에 대해선 우리 정부가 회의적인 입장이다.

14∼18일 4박5일 간 몽골을 방문 중인 박 대통령은 15∼16일 ASEM(아셈·아시아·유럽미팅) 정상회의 일정에 이어 이날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이틀간의 몽골 공식방문 일정에 돌입했다. 우리 대통령의 몽골 양자방문은 2011년 이후 5년 만으로, 박 대통령으로선 처음이다. 18일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총선 결과에 따라 최근 취임한 쟈르갈톨긴 에르데네바뜨 신임 몽골 총리와 만날 예정이다. 또 박 대통령은 이날 한·몽골 비즈니스포럼에도 참석, 양국 경제인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대통령의 몽골 방문 일정에 동행하는 경제사절단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네이버 등 109개사로 구성됐다. 이 가운데 중소·중견기업이 85%를 차지한다. 몽골 현지 1대1 상담회에는 총 48개사가 참여한다. 지방기업이 21개사로 전체의 44%를 차지하고, 창조경제혁신센터 보육기업도 8개사가 참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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