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좋은 펀드매니저 "실적·가치주 살 때"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한은정 기자 2016.07.17 14:17
글자크기
"예상은 했지만 역시 녹록치 않은 장이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 위로 올라왔지만 펀드 매니저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는다. ☞펀드IR 기사 자세히보기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힌 지 장장 64개월째. 1800~2000이라는 좁은 박스권 안에서 빠르게 업종별 순환매가 이어지는 통에 자칫 시장을 역행하는 매매를 하기 쉽기 때문이다.



코스피지수는 연초 이후 지난 13일까지 2.26%, 코스닥은 2.98%가 올랐지만 국내 일반주식형 펀드는 평균 -1.54%(제로인 기준), 중소형주식형은 -3.85%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시장에서 돈 벌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에 수익률 상위권을 기록한 펀드 매니저들은 "불확실한 장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실적이 뒷받침 되거나 밸류에이션이 낮은 주식을 사라"고 조언했다.



◇박스권 장세 탈출하기 어렵다...추종 매매 자제=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최근 증시는 추가 양적완화 기대에 돈의 힘으로 오르고 있다"며 "국내 기업들의 실적은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성장하기 어려워 추종 매매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이 운용하는 유경PSG액티브밸류(A)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0.84%로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압도적인 수익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키움코리아에이스를 운용하고 있는 박세중 키움투자자산운용 주식운용팀 차장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미국의 금리 인상 예고, 국내 사드 배체 등 불확실성으로 국내 주식 시장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우량 대형주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남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주식운용1팀 차장은 "이미 업종별로 키맞추기가 이뤄져 1분기처럼 업종에 투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같은 업종 안에서도 실적별로 주가가 갈리는 종목 장세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증시가 주가 하락폭의 70~80%를 회복한 상황이라 단기간 상승이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넘어가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한BNPP좋은아침코리아2 펀드는 올해부터 최 차장이 운용을 맡으면서 수익률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 팀장도 "밸류에이션이 높은 주식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충격을 받는 것은 순식간"이라며 "하반기에는 특정 업종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이 낮아 많이 올라온 종목은 줄이고 낙폭과대주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정 팀장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롱텀밸류는 특정 종목의 비중을 키우지 않고 종목당 1~2% 내외로 분산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적 개선되는 IT·환경주, 저평가된 은행 관심=혼란스러운 증시 속에서 펀드 매니저들은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주와 낙폭과대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입을 모았다.

강 본부장과 최 차장은 최근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IT주들의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IT 대장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강 본부장은 "핸드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기술 향상과 함께 산업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삼성전자는 최근 주가가 상승하면서 저평가가 해소되고 적정가치로 수렴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 차장은 "삼성전자는 자사주 매입이라는 호재도 있고 지배구조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분할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도체 업황도 개선되고 있고 핸드폰 모델 기종도 정리하고 있어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차장은 장기적으로 그린 에너지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데다 파리기후협약이 체결되면서 실적적인 글로벌 환경 규제안이 만들어져서다. 국내에서는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고 올해부터 관련 투자가 실질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낙폭과대주 중에서는 은행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최 차장은 "하반기에 국내 기준금리 인하가 마무리되고 조선업종 구조조정도 인단락되면 대형악재들은 지나간 것으로 보인다"며 "PBR(주가순자산비율) 0.2~0.3배로 저평가돼 있는 은행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정 팀장도 "철강, 화학, 건설, 은행 등 경기 관련주 비중을 계속 높게 가져가고 음식료 등 주가가 많이 하락한 기업을 발굴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철강, 화학 등 경기 관련 섹터는 수요가 증가한다고 확신하긴 어렵지만 전세계적으로 공급을 줄이고 있어 이익이 단번에 개선되지 않더라도 주가가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