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행복하고, 삶의 질 높아야 진정한 선진국"

머니투데이 세종=정진우 기자, 정혜윤 기자 2016.07.18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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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6>-②[인터뷰]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

편집자주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다. 수출 세계 6위, GDP 규모 세계 11위 등 경제규모나 지표로 보면 그렇다. 이미 20년 전 선진국 클럽으로 분류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헬조선’이라는 표현이 횡행하는 시대에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영역에서 과연 선진국일까라는 물음에 우리는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는 창간 15주년을 맞이해 지난 20년간 대한민국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진정한 선진국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대한민국이 앞으로 20년 동안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모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해 보기로 했다.

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


"경제성장이 자동으로 국민 행복을 가져오지 않습니다. 양적인 성과에 치중해, 질적인 발전을 무시하면 국민 삶의 질은 낮아지고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습니다."

윤종원 주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는 선진국의 조건으로 ‘국민 삶의 질’을 꼽았다. 성장만으론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민국은 1950년 한국전쟁 이후 GDP가 369배 증가하는 등 지난 60년간 연평균 7.3%의 기적적인 성장을 했다. 20년 전엔 선진국들의 모임인 OECD에 가입했다.

하지만 윤 대사의 지적처럼 질적인 모습을 고려할 때, 우리는 갈 길이 멀다. 국민이 느끼는 삶의 만족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윤 대사는 “국민이 행복한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건이 마련돼야 선진국”이라고 단언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4일 업무차 잠시 귀국한 윤 대사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대회의실에서 만나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
-OECD가입 20주년을 평가한다면.
▶지난 20년간 선진국과 소득 격차가 크게 줄었다. 선진국의 발전 경험을 참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하는 등 OECD가 우리 경제와 사회 발전의 나침반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도 OECD에서 IT혁신과 녹색성장 등 각종 글로벌 의제를 주도하면서 국제적 위상이 올라갔다. 우리나라가 이제 스무살 성년이 됐는데, 앞으로 국제 사회의 정책 파트너가 돼야 한다.

-OECD 대사 역할은 뭔가?
▶크게 두 가 지일을 하고 있다. 먼저 OECD 경험과 각종 논의를 국내에 전달해 우리 경제·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OECD에서 만드는 국제규범에 국익이 반영되게 하고, 우리 위상을 높이는 일이다. 한마디로, OECD에서 ‘대한민국 행복 찾기’와 ‘대한민국 목소리 내기’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인가.
▶선진국이라고 하면 1인당 GDP가 높은 나라를 떠올린다. 하지만 성장이 전부는 아니다. 또 그 자체가 최종 목표가 돼선 안된다. 성장은 국가 발전과 국민 행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여건이 갖춰진 나라가 선진국이다.

-구체적으로 뭔가.
▶국민들의 삶의 질이다. 소득이 아무리 높아도 일과 삶의 균형이나 구성원 간 신뢰 등이 떨어지면 행복할 수 없다. 그러면 선진국 자격도 없다.

-OECD에선 우리나라를 어떻게 평가하나.
▶OECD 국가들의 발전 단계가 성숙해 성장률이 1%대에 머물고 있어 그럴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가 지난 몇 년간 3% 내외 성장한 것을 두고 다른 나라 대사들이 매우 부러워한다.
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윤종원 주OECD 대한민국 대표부 대사/사진= 뉴스1 장수영
-경제적인 면만 부러워하는 것 같다.
▶경제만 보면 우리나라는 분명 선진국 수준이다. 지난 20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를 냈다. 연구개발(R&D), 투자비중, 학력평가 등 지표들도 최상위권이다. 하지만 OECD에서 발표하는 각종 사회 지표를 보면 하위권이다. 세계행복보고서에서 국민 행복도가 세계 58위인걸 보면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게 많다.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나.
▶분배 악화와 양극화로 사회갈등이 늘어나는 걸 막아야 한다. 경제 성장의 양적인 면을 넘어 성장 과실을 서로 나누고, 일자리를 늘리면서, 건강한 환경을 만드는 등 질적인 요소들을 균형 있게 챙기는 ‘포용적 성장 모델’이 필요하다. 국가 발전 목표와 추진 전략 등을 심각하게 재점검해야 한다. 사회적 신뢰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인프라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이 될까.
▶우리 경제와 사회에 쌓인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 국민 삶의 질을 높이고, 서로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 통합을 이뤄야 명실상부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질적 측면을 발전시키고 국민 행복을 높이는데 주안점을 둬야한다는 얘기다. 머니투데이가 선진국의 조건으로 내건 ‘BASIC’ 즉 ‘Balance(균형), Advance(성장), Standard(규범), Innovation(혁신), Capacity(수용)’ 등 5가지가 답이 될 수 있다. 기본과 원칙, 사회적 합의 준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울러 인적자본 확충, 경쟁과 혁신을 유도하는 공정한 인센티브 구조, 사회 안전망 확충 등도 중요하다. 다양한 가치의 인정, 타인에 대한 배려와 포용성, 유연한 사고, 상식이 통하는 사회 등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 요건이다. 진정한 선진국은 부분적이거나 단기적인 노력으로 될 수 없다.
"국민이 행복하고, 삶의 질 높아야 진정한 선진국"
-그래도 성장을 무시할 순 없지 않은가.
▶맞는 얘기다. 누가 뭐라고 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구조개혁이 지금 가장 필요하다. 부작용 때문에 쓰고 나면 반드시 반납해야 하는 거시정책과 달리 구조개혁은 부작용이 없다. 구조개혁은 지속 성장을 위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서비스 부문 저생산성, 저출산 고령화 대응, 낮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교육개혁 등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전략을 세운다면.
▶단기적으론 노동개혁, 중장기적으론 교육개혁에 중점을 둬야 한다. 일자리 총량을 늘리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지금 정규직 시장은 너무 경직적이고 비정규직 시장은 과도하게 유연해 일자리의 양과 질을 한꺼번에 만족할 수 없다. 노동시장에 이미 진입한 근로자와 새롭게 진입하려는 청년 사이의 벽이 높다. 이런 구조에선 경제위기 부담을 청년들이 질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 구조를 좀 더 유연하고 안정적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개혁은 수요자 중심으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동안 자유학기제 등이 있었지만 더 달라져야 한다. 우리 학생들이 과도한 학력 경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교육의 유인 구조를 바꿔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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