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팝콘 브레인'을 경계하며

머니투데이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2016.07.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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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팝콘 브레인'을 경계하며


누구나 어릴 적 아빠의 퇴근을 기다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엄마 손을 잡고 아빠를 기다리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오늘은 혹시 통닭을 사들고 오시지는 않을까. 장난감 선물을 갖고 오시지는 않을까. 정작 아빠보다는 아빠 손에 들린 무언가에 더 관심이 갔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놀랍게도 아빠도, 선물도 아닌 스마트폰을 갖고 놀기 위해 아빠의 이른 퇴근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유아기부터 스마트폰에 친숙해진 우리 아이들은 이제 인형이나 장난감 등과 같은 고전적인 놀잇감에는 관심이 없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이전부터 스마트폰을 달라고 떼를 쓰는 아이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칭얼대거나 다른 일로 바쁠 때 자기도 모르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어준다. 가족 외식을 하거나 운전을 할 때도 스마트폰, 혹은 태블릿PC가 없으면 자녀를 통제하기 어려운 부모들도 많다. 한 술 더 떠 아이들 스스로 스마트폰 사용법을 깨우치고 잘 사용하는 것을 보면서 내 아이가 천재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렇게 스마트폰을 일찍부터 접하기 시작한 아이들은 신기한 장난감에 깊이 빠져들어 스마트폰을 빼앗으면 소리를 지르고, 떼를 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급기야 타인의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소위 ‘팝콘 브레인’(popcorn brain) 증후군에 걸릴 가능성도 낮지 않다.



미국 워싱턴대학의 데이비드 레비 교수가 처음 언급한 ‘팝콘 브레인’은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거나 여러 기기로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반복하는 것이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 증후군은 단순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에 흥미를 잃고 현실에 무감각해지면서 자극적이고 단편적인 것에만 반응하는 증상을 동반한다. 마치 팝콘이 튀면서 부풀어 오르듯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것을 비유한 것.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정, 또는 느리고 섬세한 자극에는 무감각해진다.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 역시 스마트폰을 장기간 이용하는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가 겪는 부작용이다. 이에 레비 교수는 팝콘 브레인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의 뇌는 상당히 강력한 수준이 아니면 자극에 반응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스마트폰이 삶에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지만 이를 잘못 이용하면 부작용까지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고, 스마트 환경이 오히려 익숙하기까지 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에게 보다 능동적인 스마트폰 이용자로서 올바른 이용습관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이니 어른들이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아이들에게만 뭐라 할 일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단순히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할 줄 아는 습관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이들의 생활환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아이들을 위해 △유아 대상 바른인터넷 윤리교실 △초등학생 대상 한국인터넷드림학교 △교원 대상 원격·집합연수 △인터넷 리터러시(식별 및 기록, 판독 능력) 교육 등 참여형 체험활동을 통한 인터넷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펼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방학부터는 ‘밥상머리 인터넷 윤리교육’을 시작한다. 온 가족이 스마트폰을 올바로 이용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마련된 이 프로젝트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의 과도한 이용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겠다는 취지에서다. 자녀들이 스스로 ‘밥상머리 실천노트’(가칭)를 쓰도록 함으로써 부모들이 아이의 스마트폰 이용행태를 살펴보고,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할 생각이다.

이 밖에도 전국민 공모 창작동요제인 ‘인터넷드림 창작동요제’, 학교 현장 교원 대상 ‘우수 교안 공모전’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리의 노력들이 분명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우리 아이들을 인터넷윤리와 책임의식이 투철한 디지털 사회의 훌륭한 주역으로 성장시키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다. 우리 아이들이 ‘펑’ 하고 부풀어 올랐다 꺼지는 ‘팝콘’이 아니라, 한여름 뙤얕볕과 폭풍우를 견디며 단단히 여무는 옥수수 알갱이처럼 건장하게 자라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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