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기업의 절반 이상이 델라웨어에 적을 두고 있어 그 법에 따라 운영된다. 이렇게 된 이유는 1967년 그 회사법이 경영진의 권한을 강력히 보장하는 내용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주주는 회사의 주인이기는 하지만 미국 회사의 사실상 주역은 경영진과 이사회다. 이렇게 해야 주주들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이 그 바탕에 깔린 생각이다. 그러나 해를 거듭해 갈수록 주인이 아닌 경영진이 진짜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회사를 부실하게 하거나 회사 돈을 빼돌리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에 지난 50년 동안 델라웨어주 회사법은 주주의 권리를 확장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진화해왔다. 그러나 최근 50주년 계기 토의에서는 새로운 움직임이 감지된다. 그동안 회사법은 소수주주 보호에 역점을 두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미국 회사의 소유구조가 많이 바뀌었다. 즉, 기관투자가들의 비중이 압도적이 된 것이다. 기관주주들은 힘없고 경영진에게 당하기만 하는 주주의 모습이 아니다. 특히 헤지펀드들이 활동적이 되면서 이제 경영자들은 헤지펀드를 포함한 기관들의 눈치를 봐야 하게 되었다. 회사법 진화의 기초가 된 전제 자체가 그 사이에 변화한 것이다.
최근 국회에서 다시 시작된 상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재계에서는 주로 그 남용 가능성을 강조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초점이 빗나갔다. 어떤 제도든 남용하는 세력은 있게 마련이다. 그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을 때 제도가 개혁될 수 있는 것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주주와 회사 이익을 위해 주주들에게 몇 가지 더 강한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현대 회사법의 발전방향에 비추어 볼 때 과연 현명한가다.
국내에서도 기관의 비중은 나날이 확대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기관들이 경영진에게 우호적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과 몇몇 기관의 사례에서 보듯이 앞으로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스튜어드십코드도 준비되고 있다. 아직 큰 회사 경영진은 겉보기와 달리 소수주주를 크게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기관과 헤지펀드는 문제가 다르다. 그네들의 요구를 진지하게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로써 혁신에서 멀어진다면 곤란하다.
대우조선해양과 롯데에서 벌어진 일은 학술적으로 제도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지나치게 궤도에서 벗어난 비정상적인 사건들이다. 설명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러나 제도는 능력과 윤리에서 평균적인 사람들이 경영하는 평균적인 회사를 생각하고 역사와 큰 흐름을 반영해서 정비되어야 한다. 이 점이 상법 개정 논의에서 고려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