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분당에 사는 주부 공모씨(56)는 광교 신도시에 새로 문 연 미용실을 찾았습니다. 파마를 하려고 한다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샴푸실로 안내했습니다. 생머리 상태를 봐야 정확한 약값이나 시술 방법을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역시나 헤어 디자이너는 생각지도 않은 다양한 시술을 권했고, 공씨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머리를 맡겼습니다. 머리까지 감은 마당에 가운을 벗고 되돌아 나오기는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미용실의 '깜깜이 가격'은 왜 생길까요? '기본가격+a+b+c'로 형성된 가격 구조 때문입니다. 보통 옥외간판에 붙은 파마 2만원은 그야말로 기본가격입니다. 여기에 영양 유무, 기장, 디자이너급에 따른 요금이 추가됩니다. 머릿결을 보호한다는 영양시술은 2만~10만원, 신입 디자이너냐 원장님 시술이냐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귀밑, 어깨, 가슴께 등 머리카락 기장에 따른 추가요금도 있습니다.
미용업계는 이러한 깜깜이 가격 구조가 불가피하다고 말합니다. 미용 서비스가 마치 된장찌개 1인분처럼 균일하게 제공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모발상태나 디자이너 실력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어떻게 정확한 가격을 고지하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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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가격을 알지 못하는 손님은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습니다. 계속해서 합리적인 선택에 실패한 소비자들은 미용실에 대한 불신이 커집니다. 최근 충북 충주에서 장애인을 상대로 52만원의 염색 값을 받아낸 한 악덕 미용실 원장에 대한 국민들의 공분이 컸던 것도 그동안 미용실의 깜깜이 가격에 쌓였던 불만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12일 서비스를 시작한 O2O 서비스 '카카오헤어샵'은 그동안 베일 속에 가려졌던 가격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도입했습니다. 다양한 헤어스타일의 모델 사진에 총 비용을 적어놓거나 디자이너급별로 다른 가격을 게시하는 것입니다. 미용실들의 '어쩔 수 없다'는 핑계가 통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아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