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예산 전체 0.7% 불과해…예방사업에 투자해야"

머니투데이 대담=채원배 사회부장, 정리=김경환, 남형도 기자 2016.07.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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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세월호도 욕망 때문…욕망 제한하고 소망에 비중 둬야"

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머투초대석 인터뷰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 머투초대석 인터뷰


"안전 사고는 항상 인간의 욕망 때문에 발생합니다. 세월호 참사도 인간의 욕망에서 비롯됐습니다. 안전은 욕망과 소망 중 비중을 어디에 두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대한민국 안전 콘트롤타워를 이끄는 중책을 맡고 있는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의 안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이다. 박 장관은 "안전을 완성하려면 욕망을 자제하고 소망 쪽으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아울러 "안전은 사고 발생 뒷수습보다 예방이 더 중요한데 현실은 안전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만 예방 목적으로는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좀 더 안전 사고 예방 쪽으로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 방재에 대한 투자를 아까워 하지 않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이후 국가적 재난에 대한 종합적이고 신속한 대응 및 수습 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 2014년 11월 19일 국민안전처를 설립했다. 박 장관은 초대 국민안전처 장관으로 취임 이후 지난 19개월 동안 전국의 안전 현장을 밑바닥부터 훑고 다니며 안전 상황을 점검해오고 있다.



박 장관을 지난 8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그간 성과와 앞으로 안전 정책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국민안전처 예산이 안전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반영하기보다 기존 소방방재청·해양경찰청·안전행정부의 안전부문 예산을 산술적으로 합쳤다는 지적입니다. 안전 예산은 좀 다른 각도로 제로 베이스에서 평가해야하지 않을까요.
▶국민안전처의 올해 예산은 우리나라 전체 예산의 0.7% 수준인 3조2114억원입니다. 오히려 전년보다 2252억원 줄어들었습니다. 국민안전처의 출범 시기가 지난 2014년 11월 19일로 국회 예산 통과 시기와 겹쳐 종합적인 안전 예산을 충분히 고려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기존 안전 업무 예산을 모아서 2015년 예산 기준을 잡은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계가 있고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장관을 해오면서 느낀 점은 사고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돈이 빨리 지원되지만 예방 목적으로는 예산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태풍이 발생하면 2000억~5000억원 정도의 물적 피해가 발생하지만 피해 복구에는 4~7배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반면 안전 점검 및 방재는 이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도 가능합니다. 최근 비가 많이 왔는데 그동안 예방 노력을 많이 해서 예상 보다 피해가 적었습니다. 예방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최근 울산 해역에 발생한 지진 등으로 우리나라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 5월 27일 부처 합동으로 '지진방재종합개선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건축물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을 기존 3층 이상에서 2층 이상으로 강화해 신규 건축물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내진보강시 지방세 감면혜택 대상을 기존 민간 건축물 전체로 확대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공공시설물의 내진 보강은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시설물의 중요도, 지역별 위험도 등을 고려, 우선 순위를 정해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학교의 내진 설계율이 20% 밖에 안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하는데 돈(예산)의 한계가 큽니다. 현재 국민안전처의 지진 관련 내진설계, 지진 및 지진해일대비 연구·개발(R&D) 예산은 2억4000만원에 불과합니다. 언론, 국민 등이 사고가 발생했을 때만 반짝 관심을 갖다가 조금 지나면 잊어버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의욕을 갖고 대책을 추진하다 추동력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진 예산은 관심을 갖고 확보해 나가겠습니다.

-최근 '이슬람 국가'(IS)의 테러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는 '테러방지법'에 따라 테러복구지원본부와 해상 테러발생시 해양테러 사건대책본부로서 임무를 수행하게 됩니다. 시·도 소방본부에 테러대응구조대도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민안전처내 대테러지원담당관실 신설과 소방·해경의 대테러계를 과 단위로 확대하고 소방 테러대응구조대, 해경특공대 인력 보강을 검토·추진 중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인력, 예산 확보 등이 필수적입니다. 관계 부처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습니다.

-최근 불법 조업 중국어선을 연평도 어민이 직접 나포하는 등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매년 4~5월, 9~11월 중국어선 성어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해역에 경비함정과 특공대를 배치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NLL 해역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중국 어선들도 북으로 도주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습니다. 연평어민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이후 서해 NLL 해역에 대형함정, 헬기, 특공대로 구성된 단속전담 기동전단을 투입해 강력한 단속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외교부·해양수산부 등과 협력해 중국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등 외교적 노력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국민안전처가 출범한지 1년 7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안전 콘트롤타워 역할을 잘 해오고 있다고 보시는지요.
▶미흡한 점도 있지만 그동안 노력한 결과 국민안전처가 재난안전 콘트롤타워로 역할을 수행할 토대는 마련했다는 생각입니다. 앞으로 이러한 토대 위에 각종 회의체를 통한 안전정책 조정, 재난관리 실태평가, 안전예산 사전협의, 안전감찰권 등 주어진 정책적 수단을 활용해 콘트롤타워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습니다. 다만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는 재난 발생시 그 재난을 책임지고 처리해야 할 중앙 부처가 있습니다. 예컨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은 보건복지부, 지하철 사고는 국토교통부 등이 재난대응을 주관하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대 재난이 점차 대형화, 복잡화되고 있어 단일기관 만으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 범정부적 협업체계를 가동해 해당기관이 재난을 수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을 지키지 못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앞으로 대형재난이 발생한다면 골든타임을 지킬수 있을까요.
▶대형 재난이 발생할 경우 육상 30분, 해상 1시간의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지난해 말 소방과 해경의 특수구조대를 3개에서 7개로 확충, 권역별로 분산 배치했습니다. 특수구조대엔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배치하고 헬기·합정 등 특수 장비를 확충하는 한편 고강도 훈련을 상시적으로 실시해 골든타임이 확보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재난의 경우 관할지역 시·도 소방본부 소방서의 긴급출동과 함께 특수구조대가 동시에 출동하는 체계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해상 재난도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을 창설해 동해·서해·남해 등 3개 권역의 대응 체계를 갖췄습니다.

-여름 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매년 이 맘 때 안전사고가 급증합니다.
▶매년 물놀이 안전 관리 대책을 적극 추진해 인명피해가 크게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지난 2008년 155명이던 것이 지난해 36명으로 감소했습니다. 올해도 해양수산부, 문화체육관광부, 지자체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6월초 '물놀이 안전종합대책'을 마련했습니다. 해수욕장, 하천, 계곡 등에 인명구조함, 구명튜브 등과 같은 안전시설을 확충하고, 안전관리요원을 배치하는 등 안전사고 예방활동에 집중 나서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도 지정된 물놀이 장소를 이용하고, 어린아이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등 물놀이 안전수칙 지키기를 생활화 해 주길 부탁 드립니다.

-여름철 집중 호우와 태풍 피해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올해는 라니냐로 강한 태풍과 집중 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합니다. 기상예비특보단계부터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산사태와 같은 인명피해가 우려되는 3009개소에 대해 공무원과 주민대표를 전담 관리자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습니다. 또 산간계곡 등 야영객들이 몰리는 951개 지역에 지역에도 예·경보 시설을 가동해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하도록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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