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이 있는 자리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6.07.06 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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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 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이 있는 자리


꽃이 있는 자리는 장차 열매가 있을 자리. 꽃은 식물이 자신의 열매의 위치를 타자에게 알리려는 홍보 전략의 하나다. 식물은 희귀 자원인 색소 등의 화학물질을 동원해 꽃과 열매의 위치를 도드라지게 알려 동물들에게 방문을 요청한다. 눈에게는 시각적 향응(饗應)이, 코에게는 방향(芳香)이, 혀에게는 감미로움이 함께 주어진다. 꽃이 있는 자리는 식물과 동물이 만나는 동락(同樂)의 장소다. 꽃과 잎사귀는 바람의 주악(奏樂)에 살랑댈 뿐, 취하여 가벼워지는 건 입이 달린 동물뿐이다. 붉은 뺨으로 말없이 흔들리는 꽃이여, 한결같은 묵묵함이 과연 군자로구나.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꽃이 있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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