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산업 활성화 초점 ‘요소기술→시스템’ 전환 필요"

머니투데이 정리=유영호, 이동우 기자 2016.06.3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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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 많아도 꿰어야 보배… 실수요자 니즈에 맞춘 사업모델 개발이 성공 키워드"

[전문가 좌담] -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

-사회: 김희집 서울대 교수
-패널: 강혜정 IDRS 대표,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 박승용 효성중공업 전무, 신교준 PNE시스템즈 이사, 이순형 선광엔지니어링 대표, 허일규 SK텔레콤 본부장, 황우현 한국전력 에너지신산업단장(가나다 순)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머니투데이는 29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전력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머니투데이는 29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기후변화 대응은 위기가 아니다.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회로 인식하고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나서면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지난해 ‘파리협정’(Paris Agreement) 타결로 세계는 ‘신기후체제’ 출범을 앞두고 있다. 각국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구속력 있는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예상배출량(BAU) 대비 37% 감축하기로 국제사회에 약속했다. 화석연료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국내 여건을 감안할 때 상당한 위협요소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박근혜정부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에너지신산업 육성이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신재생에너지, 에너지저장, 스마트그리드 등 저탄소 기반 친환경산업을 선제적으로 육성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은 물론 앞선 경험을 바탕으로 수출산업화해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정부는 에너지신산업에 20조원을 투자해 연간 100조원 시장으로 키우는 한편 2030년 12조달러(약 1경3820조원)에 달하는 글로벌 시장 공략을 지원할 계획이다.

머니투데이는 국가적 과제인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하는 전문가 좌담회를 마련했다. 29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 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에너지신산업 정책이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제 수요자(고객)의 니즈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성공적 사업모델 도출을 위해 사업 중심도 현재의 요소기술에서 시스템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머니투데이는 29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전력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 머니투데이는 29일 서울 반포동 더팔래스호텔에서 에너지신산업의 활성화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제공=한국전력
-김희집 서울대 교수(이하 김 교수)=에너지신산업의 성공모델로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주목받고 있다.
▶나승식 산업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이하 나 단장)= 친환경에너지타운은 하수처리장, 쓰레기매립장 등 기피·혐오시설을 활용해 에너지 선순환시설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가축분료를 이용해 메탄가스를 생산하거나 매립장에 태양광발전설비를 설치, 전기를 생산해 (주민들이) 수익을 낼 수 있다. 사회적으로 마이너스 효과를 내던 시설들이 플러스 효과를 내는 시설로 전환되는 효과가 있다. 우수성을 인정받아 최근 에디오피아에 사업모델을 수출하기도 했다.

-김 교수=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을 활성화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황우현 한국전력 에너지신산업단장(이하 황 단장)=주민들 입장에서는 무엇이 바뀌는지가 중요하다. 실제 혜택이 돌아오는 것을 체험하게 해줘야 한다. 그걸 위해서는 모델들이 정확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확산까지 이뤄지려면 표준화가 돼야 한다. 표준화가 이뤄지면 다른 곳으로도 옮기기가 쉬워질 거다.

▶허일규 SK텔레콤 본부장(이하 허 본부장)=지금은 일종의 시범사업에 가깝다. (사업자 입장에서) 돈이 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결국 사용자가 편익을 느껴야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본다. 작게는 혐오시설을 피하는 부분부터 사람들이 편익을 느껴야 한다. 단순히 에너지 요금 절감 차원에서는 어려움이 많을 것 같다. 뭔가 다른 상품들과 결합하는 등 마케팅에서 유연성을 가져가야 할 것 같다.

▶강혜정 IDRS 대표(이하 강 대표)=기존에 하던 방식에다 새로운 것을 합치면 수익모델이 된다고 본다. 단순히 한 친환경에너지타운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쓰고 마는 것에 그쳐선 안 되고, 남는 것은 시장이나 옆 마을에 팔 수 있어야 한다. ‘프로슈머’(Prosumer)가 되는 거다. 사업자가 조그만 주택에서 남는 것을 옆집에 파는 것은 규모가 작아서 어렵지만, 마을 단위면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다.

▶신교준 PNE시스템즈 이사(이하 신 이사)= 친환경에너지타운에 전기차 부분이 빠져있는 것 같아 아쉽다. 친환경에너지타운이 대부분이 시골에 있어 전기차를 보급하려고 하는 곳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주민들의 요구와 판매를 연결해 전기차를 쉽게 살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

왼쪽부터 김희집 서울대 교수, 허일규 SK텔레콤 본부장, 신교준 PNE시스템즈 이사,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사진=한국전력 제공왼쪽부터 김희집 서울대 교수, 허일규 SK텔레콤 본부장, 신교준 PNE시스템즈 이사,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사진=한국전력 제공
-김 교수=일부 지적한 것처럼 현재 친환경에너지타운 사업에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겸 선투자 개념으로 들어와 있다. 지금으로선 자생적 모델은 아니지만 주목할 점은 빠르게 경제성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기다려서 하면 늦다. 선제적인 투자가 미래전략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나 단장=초기 시장은 어떻게든 외부의 자극이나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 정책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 태양광발전도 오래전부터 했지만 금융이 들어오면서 시장이 활성화된 게 최근이다. 친환경에너지타운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박승용 효성중공업 전무(이하 박 전무)= 일방적으로 해서는 프로슈머가 되기는 어렵다. 실제 마을에 있는 분들에게 전기든, 에너지든 애로사항에 대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설문을 해서 거기에 맞춰 디자인하면 확장성이 생길 것 같다. 시범사업에서는 이런 것이 어려웠지만, 차후 보급을 위해서는 이런 요인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김 교수=에너지자립섬도 에너지신산업의 성공적 사업모델로 주목받는다.
▶박 전무= 가파도 사업에 참여했는데 단순히 섬에만 적용하는 사업모델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사막이나 도심 속에서도 특정 구역을 대상으로 하거나 확장 가능성이 크다. 우리 기업들이 요소기술은 가지고 있는데 전체를 아우르는 엔지니어링이 약하다. 대단위 엔지니어링 기술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한가지 더 단순히 기술적 측면에서만 접근하지 말고 주민(고객)들의 니즈를 고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순형 선광엔지니어링 대표(이하 이 대표)=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들과도 사업 논의가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가 마이크로그리드 성공사례가 많아 협업 수요가 많다. 막상 사업을 진행하려면 기술적 애로가 있다. 동남아의 경우 한 가정에 전기제품이라봐야 냉장고 하나, TV 하나, 전등 몇 개가 전부다. 1kW면 충분한데 우리는 3kW 미만은 부품 생산도 이뤄지지 않는다. 수출산업화 하려면 수출 대상지 여건에 맞는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한다. 아주 작은 단위의 맞춤형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허 본부장=신기한 게 집에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사람이 전세계에 13억명인데 휴대폰은 대부분 다 가지고 있다. 직장이나 쇼핑센터 이런 곳에서 충전한다는 거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그만 등 몇 개 켜고 휴대폰 충전할 수 소위 ‘나노그리드’ 개발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김 교수=종합하면 국내 기업들이 가진 요소기술은 훌륭하지만 아직 전체를 총괄하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 에너지자립섬을 수출하면 자연스럽게 소재, 태양광 등을 수출할 수 있는데 하나하나 요소별로 하면 중국산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에너지신산업 분야가 여전히 기술적 관점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있다.

왼쪽부터 황우현 한국전력 에너지신산업단장, 강혜정 IDRS 대표, 이순형 선광엔지니어링 대표, 박승용 효성중공업 전무./사진제공=한국전력왼쪽부터 황우현 한국전력 에너지신산업단장, 강혜정 IDRS 대표, 이순형 선광엔지니어링 대표, 박승용 효성중공업 전무./사진제공=한국전력
▶이 대표=앞서 말했던 것의 반복이지만 최근에 태양광 데이터를 보니까 농어촌 지역은 3kW가 필요없다. 1~2kW면 충분하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태양광 인버터가 3kW 용량부터 나온다. 한 달에 2만원, 3만원 씩 전기요금을 내는 분들이 3kW짜리 태양광을 달면 수익이 맞질 않는다. 그러다 보니 확산이 어렵다. 정책적으로 태양광설비 기본을 3kW로 맞췄는데 저용량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게 시장 관점의 접근방식이다.

▶황 단장=그간 고객들의 요구라는 형태 없이 사업을 물리적으로만 양방향으로 생각했다. 고객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난 뒤에 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진짜 양방향이 되는 것 같다.

▶박 전무=최근에 태양광 데이터를 보니까 화웨이가 30kW 이하에서 세계에서 물량으로 1등이다. 1년 전에는 순위권에 있지도 않던 회사였다. 결국 1kW, 2kW, 이런 것을 IT회사가 물량 찍어내듯이 아무나 가서 설치를 쉽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한 거다. 충격을 받은 것이 생산은 다른 곳에서 한다. 결국은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가 중요한 것 같다. 몇 kW가 아니라 그 이하라도 그걸 어떻게 표준화하느냐가 혁신이고 핵심인 것 같다.

-김 교수=끝으로 에너지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조언을 해 달라.
▶허 본부장=요소기술과 시스템의 차이점이 중요하다. 지금 에너지신산업을 대기업 IT 계열사 쪽에서 많이 하는데 이제 전체를 아우르는 건설, 엔지니어링 쪽에서 들어와 플레이어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사업 확산이 가능하다.

▶신 이사=해외사업 진행하다 보니 중소기업이 기술력이 있더라도 대기업이 플랫폼 차원에서 리드해 줘야만 해외진출이 가능한 일이 많다. 에너지신산업 같이 특별한 비즈니스는 사업모델이 완전 정착할 때까지 정부나 대기업, 중소기업 모두 ‘함께 간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박 전무=기술혁신에 성공하고 사업에 실패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우리 기업들이 요소기술 많이 있는데 이 각각의 구슬을 어떻게 꿰어 보배를 만들지 고민할 시점이다. 기업 입장에서 기술에 매몰되는데 고객 입장에서는 그게 뭐든 상품이고 서비스다. 결국 고객의 요구가 중심이 되지 않으면 사업이 성공할 수 없다. 앞선 기술 보다는 고객이 좋아할 상품, 서비스를 빨리 만들어 활성화시켜야 한다.

▶나 단장=정부 입장에서는 친환경에너지타운이 창조경제의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게 아니라 기존에 있던 걸 고객, 즉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모아서 구현한 거다. 새로운 시대 흐름에 부합하는 내용이다.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에너지신산업이 지금 관이나 공공 위주로 진행되지만 또 수요자나 시장에 대한 논의도 크게 늘고 있다. 국민의 공감대에 부합할 수 있게 정책적인 노력을 강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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