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에서 21일부터 오는 9월11일까지 열리는 테마전, '활자의 나라 조선'에 전시된 조선시대의 한글 활자. /사진=김유진 기자
조선 세조 때 금속 활자를 찍는 방식으로 제작된 한글 서책. /사진=김유진 기자
중국으로부터 전해져왔지만, 본토에서보다 더 공고하게 정착한 성리학 이론을 널리 알리기 위해 조선의 임금들은 국가 주도의 출판물을 많이 만들어냈다. 소량의 출판물을 빈번하게 출간하기 위해서는 판을 만들어내는 것보다는 조합하는 '자판' 형식이 더 효율적이었다. 조선에서 금속활자가 발달한 이유다.
21일부터 9월11일까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의 인쇄기술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 '활자의 나라 조선'이 열린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활자를 소유했다는 사실도 생소하지만, 이 활자들이 한 번에 전시장에 나오는 것도 박물관이 생긴 이래 처음이다.
함순섭 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장은 "이렇게 많은 활자가 체계적으로 남아있는 곳은 세계에서 '국립중앙박물관'밖에 없다"며 "빛을 보지 못하던 활자들이 박물관 연구원들의 10년에 걸친 노력을 통해 훌륭한 전시로 세상에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조선시대 활자를 보관하던 활자장. '활자의 나라 조선' 테마전을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활자장을 수리 보수했다. /사진=김유진 기자
'활자의 나라 조선' 테마전에서 만나볼 수 있는 3D 프린터로 인쇄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활자. /사진=김유진 기자
활자 문화를 특히 발달시킨 왕으로는 조선의 22대 왕, 정조(재위 1752~1800년)가 언급된다. 100만자에 가까운 활자를 만들 정도로 활자와 책에 관심이 많았던 정조는 '정리자'(整理字)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참고용으로 쓰기 위해 중국 청나라 궁중으로부터 목활자를 수입해오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 공개된 해당 목활자는 13세기 위그루 문자로 만들어진 활자를 제외하고는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활자다.
활자와 함께 활자 보관장의 전모도 처음으로 공개된다. 박물관은 전시를 위해 지난해부터 이 보관장들을 복원해 왔다. 6.25 전쟁 당시 폭격을 맞아 곳곳이 망가진 보관장을 수리하는 과정에서 장의 제작연대와 활자 보관방법 등이 밝혀지기도 했다. 특히 보관장 서랍 바닥에서는 당시 궁중에 근무하던 신하들이 휘갈겨 쓴 낙서(?)들이 발견돼 이를 엿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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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소장 활자의 의미와 활자장을 조사하고 복원하는 과정을 영상을 통해 보여주기 위해 다큐멘터리를 전시장 한쪽에서 방영한다"며 "3D 프린터로 출력한 활자 복제품도 만져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하게 준비했으니 많이 찾아와 달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