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CERN '암흑물질' 공동연구 맞손…우주 기원 베일 벗길까

머니투데이 서귀포(제주)=류준영 기자 2016.06.2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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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태양 액시온' 연구 기술력 모두 갖춰 검출 확률 높인다

액시온 검출을 위한 냉동기/사진=IBS액시온 검출을 위한 냉동기/사진=IBS


우주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암흑물질(dark matter)’.그러나 현존하는 인류의 관측기기로는 볼 수 없기 때문에 한번도 관측된 적이 없는 미스테리 물질이다. 만약 이를 탐지할 경우 우주 탄생의 비밀을 풀어줄 열쇠가 될 전망이다. 우주의 암흑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공동연구가 우리나라와 CERN(유럽입자연구소) 주도로 진행된다.

야니스 K. 세메르치디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장과 액시온 입자의 존재를 처음 주장한 김진의 경희대 석좌교수는 19일 오후 제주 중문 스위트호텔에서 기자회견를 갖고 “CERN과 함께 올 하반기부터 우주 암흑물질을 검출하기 위한 공동연구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IBS는 우주 암흑물질을 구성하는 유력 후보인 ‘액시온’(Axion, 약하게 상호작용하는 아주 가벼운 입자)에 대한 연구를 주도할 예정이다. 액시온을 찾았다는 것은 곧 암흑물질의 존재를 확인했다는 의미로 통한다. 발견만 하면 노벨상은 ‘따논 당상’인 이 입자의 명칭은 다소 엉뚱하게도 세탁 세재명에서 따왔다는 게 학계에서 내려오는 정설. 김영임 IBS 연구위원은 “이것(액시온)을 찾으면 우주 탄생의 비밀 등이 씻은 듯 깨끗하게 밝혀지기 때문에 그렇게 붙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5일 방한한 리사 랜들 미국 하버드대 물리학과 교수는 “6600만 년 전 공룡을 멸종시킨 혜성이 지구로 향하게 된 원인을 액시온 등 암흑물질의 존재로 설명 가능하다”고 말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불러모은 바 있다.

IBS와 공동 연구에 나선 유럽 CERN은 둘레 27㎞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에서 양성자를 충돌시켜 새 입자나 물리현상을 찾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13년엔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를 검출한 바 있다.



이번 공동연구의 목표는 IBS의 ‘우주 액시온’, CERN의 ‘태양 액시온’ 검출 기술 노하우를 서로 교환하는 데 맞춰져 있다. CERN은 2000년부터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액시온을 검출하기 위한 공동연구 프로젝트인 ‘캐스트’(CAST·CERN Axion Solar Telescope)를 추진해 왔다. IBS 액시온 연구단은 캐스트와는 달리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액시온을 측정하는 우주 액시온 검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5년 간 공동연구를 통해 한국은 태양 액시온도 탐색할 수 있는 기술까지 익히게 돼 두 가지 기술을 모두 구현할 수 있게 된다”며 “이를 통해 액시온 검출 가능성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BS 연구단은 캐스트에 9테슬라(자기장 세기) 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LHC) 프로토타입 자석을 이달 내 설치하고, 국내 연구진을 파견해 공동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캐스트에 제공되는 자석은 태양 액시온을 관측하는 일종의 ‘망원경’ 역할을 하게 된다.


IBS 액시온 연구단은 우주 액시온 검출능력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실험시설로 35테슬라급의 고주파 공진기 및 냉각기 7대를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지캠퍼스에 제작·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마이크로파 공진기(금속으로 만들어진 속이 빈 구조물)를 초전도 자석으로 둘러싸고 공진기의 공명 진동수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진행하는 장치다. 액시온이 갖고 있는 고유의 진동수와 공진기의 공명 진동수가 맞아 떨어질 때 액시온은 광자로 붕괴 되는 데 이때 이 신호를 증폭시키면 액시온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세메르치디스 단장의 설명이다.

세메르치디스 단장은 “이 실험장치들은 2018년에 완성된다”며 “이는 같은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미국 워싱턴대의 ADMX(액시온 암흑물질 실험)연구단보다 훨씬 많은 연구를 진행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연구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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