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발상 설득 가능한 비결은 '콜럼버스의 달걀'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16.06.2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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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

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이 지난 18일 롯데카드 본사에서 자신의 휴대폰 뒤에 붙인 스티커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이 지난 18일 롯데카드 본사에서 자신의 휴대폰 뒤에 붙인 스티커 카드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핀테크와 빅데이터는 최근 금융권에서 닳고 닳은 단어다. 더 이상 새로운 게 없다보니 불필요한 서비스나 기능까지 들어가 고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롯데카드의 신선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기존 플라스틱 카드 크기를 절반 정도로 줄여 휴대폰 뒤에 붙이는 형태의 스티커 카드를 내놨다. 아무리 핀테크란 단어란 단어가 고루하게 느껴질 정도가 됐다고 해도 스티커 카드는 엉뚱한 발상처럼 보인다. 휴대폰에 붙이는 스티커가 어떤 기능을 하는 걸까.



스티커 카드를 기획한 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은 고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핀테크가 오히려 불편을 야기하는 사례가 있다는 점에 착안해 스티커 카드를 개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요즘 결제와 관련한 시장조사 결과와 주위 여러 곳에서 들은 얘기를 종합해보면 결제시장이 너무 복잡해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특히 모바일에서 교통카드를 이용하기 어렵고 지문인증도 불편하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핀테크가 금융을 더 편리하게 만들자는 건데 정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거죠. 스티커 카드는 더 간단하고 편리하게 결제하자는 겁니다."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IT(정보기술) 시대에 스티커는 너무 '아날로그'적이 아닐까.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스티커 카드는 보수적인 금융업계, 무엇보다 대기업 조직 안에 있는 수많은 검증 과정을 뚫어내고 보란 듯이 시장에 출시됐다. 김 팀장은 회사를 설득한 비결로 '콜럼버스의 달걀'을 꼽았다.

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이 스티커카드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br>
김병준 롯데카드 스마트사업팀장이 스티커카드 기획부터 출시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홍봉진 기자
"사실 저부터 스티커 카드가 나왔을 때 고객 반응이 어떨지 궁금했어요. 비웃음만 사는게 아닐까 걱정도 많이 했고요. 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상품 하나를 출시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럴 때마다 '콜럼버스의 달걀' 얘기를 꺼냈어요. '모두가 알고 있는 더 쉬운 방법이 있는데 왜 아무도 하지 않느냐'고요.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할 필요는 없는 거 아니냐고요. 여기에 공감한 것 같아요."

현재 롯데카드는 극장과 버스, 인터넷, 모바일, TV 등을 가리지 않고 스티커 카드 광고를 내보낼 정도로 스티커 카드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생각보다 반응도 괜찮다. 경쟁사들도 스티커 형태의 카드를 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일부 고객들이라도 휴대폰에 앱을 까는 것보다 스티커 카드가 더 편하다고 느낀다면 만족해요. 사실 스티커 카드를 도입하자는 얘기는 2009년부터 있었는데 지금이 그 때보다 스티커 카드를 내놓기 더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카드업계에서 지난 3년간 이뤄진 변화는 그 이전 수십 년간 진행된 변화보다 훨씬 급격해 변화에 따른 피로감이 상당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단순한 스티커 카드가 통하는 거 같아요."

하지만 김 팀장 역시 향후 금융산업에서 기술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다. 기술 만능주의도 경계해야하지만 기술 없이는 발전도 없다.



"스티커 카드는 웨어러블의 초기 단계 형태로 내놓은 실험적 시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결국 카드 시장은 웨어러블을 거쳐 생체인식으로 갈 겁니다. 그래서 플라스틱이든 스티커든 지금의 카드라는 실물 매개체는 점점 사라지는 방향으로 변화가 진행될 거고요. 거기에 맞춰 변신을 준비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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