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꽃보직' 상임위원장 나눠먹기에 빛바랜 계파청산 선언

머니투데이 배소진 기자 2016.06.10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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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전반기 임기 1년씩 '나눠먹기' 중재안에도 조율 난항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김희옥 새누리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과 정진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10일 경기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새누리당 정책워크숍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새누리당이 10일 제20대 국회 첫 '정책워크숍'을 개최하고 혁신비상대책위원들과 당 소속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당 쇄신방안, 계파청산, 무소속 복당 문제 등 당내 현안에 대한 논의는 빼놓은 채 상임위원장 배분에만 온 신경이 쏠렸다. 3·4선 중진 의원들의 팽팽한 기싸움에 2년 임기를 1년씩 쪼개 '나눠먹기'로 귀결되는 모습까지 연출하면서 당 계파청산과 화합을 다짐한다는 당초의 취지는 빛이 바랬다.



◇논의는 한 마디도 없이 '계파청산' 선언문만 낭독
새누리당은 이날 경기도 과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다함께 협치, 새롭게 혁신' 구호를 걸고 워크숍을 진행했다. 단체로 빨간색 반팔 티셔츠까지 맞춰입고 '계파의 계 자도 나오지 않겠다'며 화합과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9시30분까지 빡빡하게 짜여진 일정은 줄곧 특강으로 채워졌다. 의원들 간 토론 시간이 주어진 건 1시간 30분 남짓. 그마저도 조별로 나뉘어 주거환경·안전·일자리·금융·미래먹거리·청년·외교안보 등 주제 아래 분팀토론이 진행됐다. 의원 간 자유로운 의견교환보다는 각 정부부처에서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고 질의를 하는 식으로 진행된 조도 많았다.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당 쇄신의 방향, 계파청산 논의 등을 할 시간은 배정되지 않았다. 비박계 5선 중진 정병국 의원은 "회피를 하던데"라며 당내 최대 현안을 의도적으로 피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을 꼬집었다.

혁신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됐을 당시 당 혁신안을 준비했던 김용태 의원은 "말을 꺼낼 생각이 없다. (계파청산에 대한 논의가) 될 리가 없다"며 이날 정책워크숍 일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김 의원은 또 "이런 워크숍이 최소한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도 보여드리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안타깝다"며 "혁신비대위가 복당얘기를 빼놓고 성과를 내놓을지 의문이다. (총선에서)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나. 이 사람들에 대해 의무감을 가지고 (원인을) 밝히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워크숍은 계파청산 선언문을 낭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하루종일 계파문제에 대한 논의는 한 번도 하지 않은 채 '보여주기'식 선언문 낭독에 그친 셈이다.

◇'밥그릇 다툼' 뛰어든 중진…임기 1년씩 나눠먹기 수순
개별 의원들은 점심시간과 짧게 주어진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 둘, 셋씩 모여 상임위원장 배분 및 지역별 상임위 의원 안배 등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기에도 바빴다.

새누리당 몫으로 배정된 8개 상임위원장을 놓고 3선·4선 의원 24명의 자리다툼이 과열양상을 보인 것. 통상 원내대표가 맡는 운영위원장직을 제외하면 사실상 7개의 상임위밖에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특히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을 하겠다는 의원들이 다수다.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는 상임위원장 경선이 당내 갈등으로 비화되는 것을 우려해 전반기에는 통상 2년인 상임위원장 임기를 1년씩 쪼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24명 모두 다 소화하는 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연구해봐야 할 것"이라며 "야당은 상임위원장 인선을 거의 마쳤고 표 대결까지 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을 것 같다. (우리당도) 표 대결까지 가는 건 가급적 줄이자. 오늘내일 남은 시간을 잘 활용하고 중진의원들도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 원내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와 당 중진들은 일정 내내 상임위원장 후보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중재를 시도했다. 오후에는 아예 모든 후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면담을 가지며 자율적 조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국회의 마지막 관문 격인 법제사법위원회를 비롯해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안전행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원장직을 둘러싼 후보들의 기싸움은 팽팽했다.

현재 법사위에는 권성동·여상규·홍일표 의원, 기재위 이종구·이혜훈·조경태 의원, 정무위 김성태·김용태·이진복 의원, 안행위 박순자·유재중·이명수·이학재·조원진·황영철 의원,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김학용·신상진 의원, 정보위원회 이철우 의원, 국방위원회 김영우 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중 안행위의 경우 무려 6명의 후보가 경합을 벌이면서 임기를 1년씩 쪼개도 모든 의원들의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상황. 당초 정무이원장을 강하게 희망했던 조경태 의원이 경쟁이 다소 덜한 기재위원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조율은 더욱 꼬였다. 정무위의 경우 누가 먼저 위원장을 할 것인가를 놓고 김용태 의원과 이진복 의원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법사위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새누리당은 상임위원장 후보 등록을 하는 주말동안 최대한 의원들끼리 조율을 하도록 유도한 뒤 끝까지 결론이 나지 않은 상임위에 대해서는 경선을 치른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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