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 멕시코서 5개월째 부당 수감..제2의 '집으로 가는 길' 재현되나?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6.06.07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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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보호 '뒷전' 외교부]韓 영사 조력 태도 논란

한인 종업원들이 보낸 탄원서 중 일부/사진= 현지 종업원 제공한인 종업원들이 보낸 탄원서 중 일부/사진= 현지 종업원 제공


관광비자로 멕시코 여행을 하던 한국인 여성이 성매매 알선 혐의로 멕시코 교도소에 약 5개월째 부당하게 수감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수감된 양모씨는 지난 1월 친동생과 멕시코 여행을 하던 중 친동생의 지인이 운영하는 노래방(주점)에서 잠시 카운터 일을 봐주다가 갑자기 들이닥친 멕시코 검찰에 의해 종업원들과 함께 연행됐다. 이들의 혐의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인신매매 등이다.



양씨는 여성 종업원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켰다는 혐의로 구속돼 현재까지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당시 현장에 없던 사장은 구속영장이 발부돼 있고, 변호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성매매가 사실이 아닌데도, 현지 한국대사관의 이모 영사가 멕시코 검찰이 제시한 거짓 진술서(성매매 인정)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다고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또 이 영사가 불성실한 태도로 종업원들을 조롱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는 증언이 잇따르면서 '제2의 집으로 가는 길' 사건으로 비화되는 형국이다.

종업원 중 한 명인 이모씨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1월 16일 자정쯤 복면을 쓰고 장총과 해머를 든 남자들이 들어와 강도에게 납치 당하는 줄 알았다”며 "그러나 이후 우리를 검찰청까지 데려간 것이라는 걸 알았다"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멕시코 검찰이 조서에 업주와 양씨가 이들 한인 종업원들을 강제로 구금하고 성매매를 시켰다는 거짓 진술에 서명할 것을 강요했고,(우리는) 사실이 아니라며 30시간 가까이 서명을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멕시코 검찰은 '서명을 안하면 총으로 쏠 수도 있다'고 위협하고 잠을 재우지 않거나 병력이 있는 종업원이 복용할 약을 빼앗는 등 부당한 인권 침해를 가했다고 이씨는 설명했다.

이들 종업원에 따르면 현지 한국대사관의 이 영사가 오면서 문제는 더욱 꼬였다. 이 영사는 거짓으로 꾸며진 조서 내용을 추후 재진술을 통해 바로잡을 수 있다며 종업원들에게 서명을 강요했다. 30여시간의 구류에 지친 종업원들은 이 영사의 말을 믿고 거짓 진술서에 서명했다.

그러나 재진술 작성은 미뤄졌고, 법원 판사 앞에서 잘못된 진술임을 강조했는데도 이들의 재진술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국 영사의 말만 믿고 1차로 서명한 거짓 진술에 근거해 성매매 알선 혐의로 양씨가 구속된 것이다.

특히 이들은 멕시코 법원이 판결과 관련, 20여차례 이 영사의 출석을 요구했는데도 이 영사는 형식적으로 4번만 출석했고 출석 후에도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하는 등 영사 조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양씨) 죄가 있는지 여부는 멕시코 법원의 판결에 따를 수 밖에 없다"며 "나름대로 공관에서 여러 차례 영사 면회를 하고 공정한 재판을 멕시코 당국에 부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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