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바라지 골목' 철거 중단 보름째…서울시 '출구전략' 고심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6.06.01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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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 등 반대로 박 시장 참여하는 '끝장 토론' 불발…보존vs추가 보상 불가 대립에 합의점 찾기 고심

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장 앞에서 재개발 반대 주민이 천막을 치고 골목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서울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사업장 앞에서 재개발 반대 주민이 천막을 치고 골목 보존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김사무엘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제 철거는 안된다며 종로구 무악2구역 재개발 정비사업을 중단시킨 가운데 서울시가 해결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강제 중단의 법적 근거가 없고 중단 사유 중 하나인 '옥바라지 골목' 보존 주장 역시 마땅한 증거가 없어서다. 시는 시장과 조합, 반대 주민 등이 함께하는 '끝장 토론'을 제안했지만 합의점을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전날 저녁 박원순 시장과 김영종 종로구청장, 무악2구역 재개발조합, 일반 시민 등 약 250여명이 참여하는 공개 토론 자리를 마련했으나 조합과 재개발 반대 주민의 참여 거부로 무산됐다. 양성규 무악2구역 조합장은 "재개발 사업은 조합원들이 재산권을 행사하는 일인데 왜 관계도 없는 시민 단체가 토론회에 참석하냐"며 "아무런 근거도 없는 옥바라지 골목을 보존해야 한다면서 사업을 방해하는데 토론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7일 박원순 시장은 무악2구역 강제 퇴거가 진행되던 현장을 찾아 "손해 배상을 당하더라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공사는 없도록 하겠다"며 철거 중단을 명령했다. 적법 절차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철거가 90% 이상 진행되던 재개발 사업은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올스톱'이 됐다.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무악2구역 재개발이 논란이 된 것은 구역 안에 있는 일명 '옥바라지 골목'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부터다.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자리잡고 있는 무악2구역은 노후 저층 주택과 여관 등이 밀집된 낡은 골목이다. 2000년대 초반부터 정비사업을 추진해 2004년 조합추진위가 구성됐고 2013년 11월 사업시행인가를 거쳐 지난해 7월에는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반대 주민들과 시민 단체는 이 골목이 일제시대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됐던 독립투사들의 가족들이 머물면서 옥바라지를 하던 곳이라면서 보존을 주장해 조합과 갈등을 빚었다.

조합은 "옥바라지 골목은 역사적 근거가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옥바라지 장소가 서대문형무소 인근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 장소가 무악2구역은 아니라는 것이다. 조합에 따르면 일제시대 무악2구역 일대는 논밭이 있던 곳으로 가옥과 여관 건물 대부분은 1970년대 이후 지어졌다. 조합은 그 근거로 일제시대 지적도와 기사, 사진 자료 등을 내세웠다.

조합 관계자는 "335가구 중에 단 2가구만 반대하고 있는데 이들의 목적은 보존이 아닌 보상"이라며 "반대 주민인 여관 사장은 2014년 여관을 5억4000만원에 매입해 보상금으로 5억8000만원을 받았고, 영업손실금으로 3600만원을 추가로 준다고 하는데도 총 12억을 보상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옥바라지보존 대책위원회'는 전날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옥바라지 골목의 역사성과 자료를 충분히 연구해 살아있는 역사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골목과 구본장 여관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선 가운데 박 시장이 일방적으로 공사 중단을 명령하면서 조합의 불만은 가중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사업비로 550억원을 대출 받아 한 달 이자 비용만 2억원씩 나가는데 공사 지연으로 인한 피해는 누가 보상하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시는 박 시장의 명령이 합의 없는 강제 철거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해명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장이 정비사업을 중지시킬 수 있는 경우는 사업이 사업시행계획서 또는 관리처분계획에 위반된 경우에 한한다. 무악2구역 조합은 그 동안 종로구의 인허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해 왔고, 반대 주민이 낸 관리처분계획무효소송에서도 최근 승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과 반대 주민이 서로 합의점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 시도 어떤 결론을 내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며 "토론회나 현장시장실 등 소통의 장을 마련해 최대한 합의점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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