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반전과 긴장…"우연이 포착하는 결정적 순간 담고 싶었다"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6.06.04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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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세계문학상' 수상한 장편 추리소설 '붉은 소파'낸 조영주 작가

조영주 작가가 두번째 추리 장편소설 '붉은 소파'를 내놓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긴장과 반전의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br>
조영주 작가가 두번째 추리 장편소설 '붉은 소파'를 내놓았다. 4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작품에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긴장과 반전의 순간이 계속 이어진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어릴 땐 만화가인 아버지의 스토리를 예쁘게 ‘손질’했고, 어른이 되고선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하며 글과 친숙해졌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면서도 칭찬 한번 받지 못했던 그는 우연히 써낸 시나리오로 김영하 소설가로부터 극찬을 받고 본격적으로 작가의 길을 걸었다.

시나리오로 시작해 소설로 방향을 바꾼 그는 여러 사람의 ‘추천’을 통해 읽은 각종 추리소설로 전문 추리 작가로 나섰다. 미야베 미유키, 마스모토 세이초 등 일본 추리 작가의 작품 대부분을 섭렵한 뒤 ‘쓰지 않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낸 첫 장편소설 ‘홈즈가 보낸 편지’는 2011년 대한민국디지털작가상 우수상을 받았다.



추리소설가 조영주(37)는 최근 제12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붉은 소파’를 출간한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의 이력을 설명하는 데 30분 이상의 시간을 들였다. 장편 차기작인데다, 아직은 낯선 이름의 작가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랄까.

끝나지 않는 반전과 긴장…"우연이 포착하는 결정적 순간 담고 싶었다"
추리소설로 세계문학상을 받은 건 문단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하지만 그만큼 압도적인 콘텐츠에 대한 호평이 적지 않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분량도 400페이지를 넘어 짜임새를 촘촘하게 구성했고, 긴장과 반전의 연속이 독자를 끊임없이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점에서 장르 문학의 새로운 기대감도 높였다.



“수상하고 나서 깨달았어요. 이 책은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과정을 담은 거라는 사실을요.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해결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찍는데, 결정적 순간이 어떻게 탄생하는가를 알고 싶었던 셈이죠. 사진은 일종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과정이기도 하고요. 사람 사는 일이 다 그런 것 아닐까요? 준비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론 우연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기도 하니까요.”

소설은 15년 전 연쇄살인 사건으로 딸을 잃고 방황하는 58세 노장 사진작가가 어느 날 경찰로부터 사체 촬영을 제안받는다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아날로그 사진기를 고집하는 주인공은 딸과의 추억이 담긴 붉은 소파를 이용해 불특정 인터뷰이를 촬영하면서 범인을 찾아 헤맨다.

살인 사건의 숨겨진 진실을 찾아내고 마침내 고통스러운 기억과 마주하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는 묻고 답한다. 인간 존재의 본질은 살아온 자기 삶의 궤적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붉은 소파'를 출간한 조영주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재도 제목도 모두 사진에서 차용한 것"이라며 "사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결정적 순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br>
'붉은 소파'를 출간한 조영주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소재도 제목도 모두 사진에서 차용한 것"이라며 "사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 결정적 순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사진제공=해냄출판사
사진이 소재가 된 건 작가 스스로 사진 촬영을 취미로 가졌기 때문. 사진작가 구본창의 ‘태초에’에 특히 영감을 받으면서 소설의 구상이 시작됐다. 붉은 소파의 모티브 역시 독일 사진작가 호르스트 바커바르트의 사진집에서 따왔다.

“독일 사진작가의 ‘붉은 소파’는 그 자체가 인터뷰일 만큼 사회 각양 각층의 사람들을 앉혀요. 제 작품에서 용의자를 앉히는 것처럼요. 붉은 소파는 노래방이나 커피숍, 영화 ‘매트릭스’에도 등장할 만큼 흔하죠. 누구나 겪을 수 있고, 누구나 그(소파) 안에서 인생의 본질을 얘기할 수 있다는 의미로 통용되지 않을까요?”

개인의 관계보다 사회적 맥락을 읽을 수 있는 스토리에 주목하는 조 작가는 앞으로도 인물을 통해 시대를 드러내는, 사회상이 담긴 추리소설을 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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