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빚 돌려 막느라…'신용홍수'에도 경기는 '가뭄'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5.29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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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융자총액 급증 불구 채무효율성은 2009년 초 이후 최악…저금리 차환 수요 탓

중국에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많은 신용이 범람하지만 경기부양에는 힘을 더 못 쓰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실물경제가 대출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유동성 총량, 이른바 사회융자총액(TSF)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최근 2배 넘게 늘었다. 2009년 11월까지 1년 동안은 12조위안(약 2156조88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34%쯤 됐지만 지난 2월까지 1년간은 GDP의 40%, 27조9000억위안에 달했다.



문제는 신용이 급격히 늘었지만 경기부양 효과가 오히려 부쩍 줄었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윈드인포메이션의 북미지역 담당자인 브랜든 에머리치는 중국에서 현재 분기당 GDP 1단위를 더 창출하려면 4단위의 신용이 든다고 분석했다. 채무의 효율성이 2009년 초 이후 최악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2009년에는 중국의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1분기에 6.1%로 추락했지만 대규모 자금 수혈 덕분에 같은 해 연간 성장률은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6.9%로 25년 만에 처음 7%를 밑돌았다. 지난해 1, 2분기에 각각 7%(전년동기대비)였던 게 3분기(6.9%)와 4분기(6.8%), 올해 1분기(6.7%)까지 줄곧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실물경제가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고도 힘을 쓰지 못하게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설비 및 공급 과잉 문제다. 철강, 시멘트,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이 두루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자금을 투입해봐야 설비나 생산을 늘릴 여지가 더 이상 없어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부문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부양 과정에서 대거 끌어 쓴 부채를 빚으로 돌려 막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GDP의 1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국 기업들이 빚을 돌려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빚을 더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에머리치는 중국 기업들이 2010년 이후 낸 채권발행 취지서 68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차환을 목표로 한 채권 발행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차환용 채권 발행 비중이 2014년에는 전체의 8%에 그쳤지만 지난해 44%로 높아졌고 올해도 42%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이 최근 빚 돌려막기에 열을 올리는 건 금리 부담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 이후에 기준금리를 6번이나 낮췄다. 중국 기업엔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사정도 중국 기업들의 차환 바람을 부추겼다. 중국 기업들은 2010-2014년에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75%가량을 건설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건설은 경기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부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올 들어 건설 투자에 쓴 조달 자금의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보다 빚을 돌려 막는 데 쓰고 있다. 이들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빚을 내 경기부양에 앞장 섰지만 이젠 천문학적인 채무 부담을 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전락했다.

에머리치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지난해 이후 14조3000억위안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 가운데 55.7%를 채무 상환에 투입했다. 투자 프로젝트에 쓴 돈은 2.5%밖에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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