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스타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실물경제가 대출과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조달한 유동성 총량, 이른바 사회융자총액(TSF)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비해 최근 2배 넘게 늘었다. 2009년 11월까지 1년 동안은 12조위안(약 2156조8800억원)으로 GDP(국내총생산)의 34%쯤 됐지만 지난 2월까지 1년간은 GDP의 40%, 27조9000억위안에 달했다.
2009년에는 중국의 성장률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으로 1분기에 6.1%로 추락했지만 대규모 자금 수혈 덕분에 같은 해 연간 성장률은 9.2%를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은 지난해 6.9%로 25년 만에 처음 7%를 밑돌았다. 지난해 1, 2분기에 각각 7%(전년동기대비)였던 게 3분기(6.9%)와 4분기(6.8%), 올해 1분기(6.7%)까지 줄곧 떨어졌다.
우선 설비 및 공급 과잉 문제다. 철강, 시멘트, 구리, 알루미늄 등 주요 산업이 두루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다. 자금을 투입해봐야 설비나 생산을 늘릴 여지가 더 이상 없어 성장에 기여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이 부문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건 눈덩이처럼 불어난 채무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기부양 과정에서 대거 끌어 쓴 부채를 빚으로 돌려 막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는 GDP의 1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중국 기업들이 빚을 돌려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빚을 더 내고 있는지 보여주는 공식 통계는 없다. 에머리치는 중국 기업들이 2010년 이후 낸 채권발행 취지서 6800여건을 분석한 결과 차환을 목표로 한 채권 발행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고 지적했다. 차환용 채권 발행 비중이 2014년에는 전체의 8%에 그쳤지만 지난해 44%로 높아졌고 올해도 42%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중국 기업들이 최근 빚 돌려막기에 열을 올리는 건 금리 부담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2014년 11월 이후에 기준금리를 6번이나 낮췄다. 중국 기업엔 채무를 재조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사정도 중국 기업들의 차환 바람을 부추겼다. 중국 기업들은 2010-2014년에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 자금의 75%가량을 건설 프로젝트에 쏟아부었다. 건설은 경기 파급 효과가 가장 큰 부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중국 기업들이 올 들어 건설 투자에 쓴 조달 자금의 비중은 33%에 불과했다.
중국 지방정부들도 지방채로 조달한 자금을 투자보다 빚을 돌려 막는 데 쓰고 있다. 이들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빚을 내 경기부양에 앞장 섰지만 이젠 천문학적인 채무 부담을 진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전락했다.
에머리치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는 지난해 이후 14조3000억위안에 이르는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렇게 조달한 자금 가운데 55.7%를 채무 상환에 투입했다. 투자 프로젝트에 쓴 돈은 2.5%밖에 안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