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 자율협약 3년여 만에 '법정관리' 신청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김진형 기자, 강기준 기자 2016.05.27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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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 법정관리 전환 결정따라 회사측 신청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


STX조선해양이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2013년 4월 이 회사가 자율협약 체제(채권단 공동관리)로 전환하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4조5000억원을 지원한지 3년2개월만이다. 산은은 지난해 12월만 해도 자율협약을 유지키로 하고 45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채권단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전자시스템이 마감을 앞둔 직전인 오후 5시 52분에 전자접수로 법정관리 신청서를 제출했다.



1988년 한진중공업, 2014년 대한조선 등 중소형 조선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적은 있지만, 수주잔량 기준 세계 4위까지 올랐던 대형 조선사의 법정관리는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채권단은 지난 25일 채권단회의를 열고 자율협약 중인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 전환을 결정한 바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외부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 돼 5월 말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법정관리로 전환키로 했다"고 밝혔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산은을 비롯한 채권단 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게 됐다. 채권단은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자율협약을 유지하는 것으로 결론냈는데, 갑자기 방향을 급선회해서다.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은 채권단회의를 열어 "지난 2개월간 실시한 실사결과 STX조선해양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상회했다"며 "채권단 손실 최소화와 조선업 구조조정에 기여 할 수 있는 방안을 위해 자율협약을 유지키로 했다"고 밝혔다. 당시 산은은 STX조선에 약 45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대신 사업구조를 대폭 축소해 안을 채권단회의에 올렸고 통과됐다.

당시 채권단이 자율협약을 결정한 이유는 1조원이 넘는 '선수금환급보증(RG)'을 물어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었다. RG는 발주처로부터 선수금을 받은 조선사가 배를 인도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선주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보증을 서는 것이다.


조선업체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절차가 시작되면 채무불이행 상태로 보고 발주처는 선수금환급을 요구(RG 콜)하게 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가 악화 돼 다 지은 배도 인수하기를 꺼리거나 인도 지연을 요청하는 발주처가 많은 상황에서 RG 콜을 요구할 가능성은 더욱 높다.

지난달 정부가 기업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밝힌 STX조선의 처리 방향이 '당초 계획대로 하반기 대외여건을 감안해 자율협약 유지 또는 법정관리 전환 여부를 결정'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자율협약 유지를 결정한지 불과 6개월만에, 정부가 하반기에 결정하겠다고 밝힌지 한달만에 판단이 달라졌다.

이날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STX조선해양 노사협력팀은 현장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법정관리가 회사 재건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참고 기다려달라"는 취지의 설명문을 배포했다.

STX조선해양은 다음 달 초 법원의 서류 검토가 끝나면 재산 동결 등 처분이 내려진다. 회생절차는 그 이후 개시된다. 사측은 회생계획안 제출은 오는 9월께,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는 오는 11월이 돼야 결정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병모 STX조선해양 사장도 이달 말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입장과 향후 계획을 담은 담화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설립한 STX조선해양은 한때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빅4'로까지 불렸던 조선업체였다.

중국 대련조선소에 2조원을 투자하는 등 무리한 해외투자와 해양플랜트 사업 합병, 저가 수주 악순환, 산업은행의 관리 부실, 글로벌 조선산업 불황 등이 맞물리면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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