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배터리 원료 선점 '장기전' 돌입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5.2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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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고민주공화국 텡케광산 인수…내년 전 세계 코발트 공급 62% 장악할 듯

글로벌 자동차업계가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원료를 선점하기 위한 장기전에 돌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 중국 광산업체인 차이나몰리브덴이 이달 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텡케광산을 손에 넣기로 한 것도 이 전략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차이나몰리브덴이 아프리카 최대 구리 산지 가운데 하나인 텡케광산을 접수하려는 건 사실 구리보다 전기차 배터리인 리튬이온전지의 주요 원료인 코발트를 노린 행보라는 설명이다.



콩고민주공화국에선 전 세계 코발트 공급 물량의 절반 이상이 나는데 주산지인 텡케광산은 구리와 코발트 모두 세계 최대 규모의 매장량을 자랑한다.

차이나몰리브덴은 이 광산의 인수가격으로 26억5000만달러(약 3조1300억원)를 제시했다. 콩고민주공화국에 대한 민간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금속 컨설팅업체인 CRU는 중국이 텡케광산 인수를 마무리하면 내년에 전 세계 정제 코발트 생산량의 62%를 장악하게 될 것으로 추산했다. 또 코발트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향후 10년간 67%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 등이 전기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전기차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의 원료 공급망은 중국에 의존하게 되는 셈이다.

FT는 중국이 원자재 선점에 나서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에 접어들 무렵에도 원유와 구리, 철광석을 비롯한 산업 금속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중국은 M&A(인수합병)와 원자재 공급을 조건으로 한 대출 등을 앞세워 앙골라와 베네수엘라 등지의 원자재 산지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중국의 원자재 장악 전략은 미국과 일본 등 경쟁국의 반발과 경계감을 자극했다. 특히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가 갈등을 고조시켰다. 희토류는 형광등에서 스마트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희귀광물이다. 중국은 전 세계 공급량의 90% 이상을 장악한 채 2007년부터 한 해 두 번 쿼터를 정해 희토류 생산과 수출을 제한했다.


희토류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를 문제 삼기도 했다. 중국은 결국 지난해 희토류 수출 쿼터를 폐지했다.

업계에선 중국이 코발트 공급망을 틀어쥐게 되면서 새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 프로젝트의 90% 이상이 중국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안 그래도 중국 정부는 전략적인 차원에서 자국 전기차시장의 성장을 위해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테슬라가 미국 네바다주에 짓고 있는 '기가팩토리'가 중국 밖에 있는 배터리 공장으로 몇 안 되는 예외가 된다. 테슬라는 이곳에서 저가형 새 전기차인 '모델3' 양산을 위한 배터리를 공급할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2018년까지 5만대 생산목표 달성을 위한 배터리 원료를 어디서 얻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희토류 수입국들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대체 자원과 희토류 재활용 기술 등을 개발하며 희토류 수입 의존도를 대폭 낮췄다. 배터리 업체들도 최근 코발트 대신 니켈이나 망간 등 대체 원료의 비중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코발트 의존도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중국의 시장 장악으로 코발트 가격이 고공행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크리스 베리 하우스마운틴파트너 애널리스트는 "코발트 위기라는 말은 믿지 않지만 중국이 코발트 공급망을 장악하기 위한 장기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코발트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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