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만을 좇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걸 못찾아 방황하는 '어린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료=픽사베이
서울 상위권 대학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바로 대기업에 취직한 강지훈씨(35)는 어느덧 입사 7년차다. 친구나 가족, 건너 아는 이들도 모두 강씨를 늘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늘 어딘가 불편하다.
강씨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만족하며 3년을 보냈고 그 이후론 매달 들어오는 월급으로 버티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이 일이 내 적성과 맞는지는 모르겠다. 적성이 아니란 걸 알면서도 계속 다닌 게 후회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도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까지했지만 키만 큰 어른아이는 아직 방황 중이다. 부모 품에서 초·중·고와 대학교를 무사히 마치고 직장에 들어왔지만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당장 뭘 하고싶다는 대안이 없더라도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꿈꿔온 일은 아니란 것을 느끼고 고민에 빠진 이들이다.
물론 이들의 고민이 누군가에겐 '배부른 소리'일 수 있다. "일을 하는데 적성이 어디 있냐"는 말도 있고 "사람이 어떻게 하고싶은 일만 하고 사냐"고도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야 내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시기가 온 게 아닐까"라며 하소연한다.
김선희씨(28)는 "어린 시절부터 대학 전공을 결정하고 취업할 때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결정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초등학생 때부터 당연히 특목고에 가서 상위권 대학을 나오고 좋은 직장에 들어가야 한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일을 할수록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인지 생각하게 되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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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시장 문이 좁은 것도 뒤늦은 자아찾기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10.9%로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때문에 대부분 청년들은 자신이 하고싶은 일보다 당장 뽑아주는 곳에 취직하는 게 우선시된다. D씨는 "직장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았다. 수백개 기업에 원서를 넣었고 뽑혀서 기뻤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자신의 미래를 다시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 온라인 커뮤니티나 고민 상담소에는 사회생활 및 이직과 관련된 문의가 적지 않게 올라온다. 이들 중 많은 이들이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뭘 해야 할까요"라고 묻는다.
이임순 서울정신분석 연구소 상담가는 "청년들의 대부분이 주변에서 좋다고 하는 것만 좇다 정작 자신이 원하는 걸 모르는 채로 대학에 입학하고 직장에 들어간다"며 "이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감이나 자존감의 근원에 대한 깊은 고민이 부족했고 입사 후 결과물에 대한 회의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라도 스스로에 대한 고민을 해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