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만료 보름전 전세금 올려달라? "묵시적갱신 알아봤자…"

머니투데이 신현우 기자 2016.05.13 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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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갱신거절 통지 없으면 자동갱신"

계약만료 보름전 전세금 올려달라? "묵시적갱신 알아봤자…"


#회사원 김모씨(35)는 전세계약 만료 보름전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 5000만원 상향 요구를 받았다. 김씨는 '묵시적갱신'을 이유로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기간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계약) 갱신 거절 통지를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계약이 갱신된다.

이를 묵시적갱신이라 말하며 임대차 계약 조건은 동일하게 유지된다. 하지만 집주인은 보증금을 올려주지 않을 경우 무조건 이사를 가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씨는 집주인과의 관계를 고려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보증금을 올려줬다.



임차인이 묵시적갱신을 통해 기존 조건 그대로 임대차 계약을 연장할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여의치 않다. 묵시적갱신 상태지만 집주인이 임대료 상향을 요구할 경우 추가 계약기간 만료 이후 상황을 고려,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12일 서울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최근 봄 이사철을 맞아 묵시적갱신과 관련해 세입자들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사철 묵시적갱신 대상이 되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며 "묵시적갱신이 됐음에도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려 달라고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묵시적갱신일지라도 임대인이 일정 비율의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도 "임차인은 이 요구를 거절하고 묵시적갱신에 따른 계약기간 연장 권리를 누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주인과 세입자의 마찰이 심할 경우 법리공방으로 번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임차인이 임대료를 소폭 올려주는 선에서 마무리 짓는다는 게 서울시 설명이다.

묵시적갱신 후 임차인은 언제든지 임대인에게 계약해지를 통지할 수 있다. 다만 임대인에게 통지하고 3개월 후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3개월 이전에 나가려면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 놓고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3개월이 되는 시점에서 보증금을 반환 받고 나갈 수 있다.


하지만 계약서상의 의무를 위반하거나 2개월 이상 임대료를 연체할 경우 묵시적갱신은 인정되지 않는다. 묵시적갱신 상태지만 임대인은 임차주택 조세·공과금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연 5% 이내에서 임차인에게 임대료 증액을 요구할 수 있다.

일부 집주인이 묵시적갱신에 따른 마찰을 우려,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묵시적갱신으로 골치 아팠던 일부 집주인들이 세입자들의 임대차 만료 기간을 미리 사전에 통보해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며 "중개 물건에 대해 서비스적인 측면에서 알려주는 경우가 있다"고 귀띔했다.

집주인과의 마찰로 추가적인 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임차인이 묵시적갱신에 대해 설명해도 임대인이 모르쇠로 대응하는 경우가 있다"며 "내용증명 등 강력하게 대응해 권리를 찾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주인과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다가구주택 임차인의 경우 계속 대면해야 한다는 부담에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임대료를 소폭 올려주기도 한다"며 "묵시적갱신만 내세운 채 강력하게 대응할 경우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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