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밥솥 '쿠쿠' 키운 숨은 공신…직접판매기업 '한국암웨이'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16.05.11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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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진출 25년, '불법 다단계' 편견 깨느라 애먹어…"매출 1兆 돌파, 中 다음으로 韓 매출 많아"

(왼쪽)암웨이 구강제품 글리스터, (오른쪽 위부터)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 제품·영업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는 직접판매사업자 회원들.(왼쪽)암웨이 구강제품 글리스터, (오른쪽 위부터)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 제품·영업 정보 등을 공유하고 있는 직접판매사업자 회원들.


1991년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건물에 '암웨이'라는 생소한 간판이 내걸렸다. 이 회사는 미국에서 세탁 세제, 식기용 세제 등 가정용 세정제를 들여와 팔았다. '가격은 비싸지만 기능만큼은 확실하다'는 게 강점이었다. 조직 규모도 크지 않았다. 미국 본사에서 파견한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외에 교육, 재무, 관리 등을 담당하는 한국인 실무진이 전부였다. 이 회사는 처음부터 영업사원을 뽑지 않았다. 대신 직접 제품을 구입하거나 판매할 회원을 모집했다.

미국 직접판매기업 암웨이가 한국시장에 진출한 지 올해로 25주년을 맞았다. 한국암웨이는 '다단계 업체'에 대한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7년 연속 성장해 매출 1조원이 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연 5조2000억원 규모인 국내 회원직접판매 시장에서 점유율 20%로 독보적인 1위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진출한 월마트, 까르푸 등 글로벌 유통기업이 현지화에 실패하고 철수했지만 암웨이는 철저한 품질관리, 한국사회와 더불어 성장하는 경영전략을 앞세워 탄탄하게 뿌리내렸다.



국민밥솥 '쿠쿠' 키운 숨은 공신…직접판매기업 '한국암웨이'
◇'불법 다단계' 편견 장벽 넘다…"한국, 2번째 큰 시장"=
1990년대 초반 한국에선 판매원 감금, 제품 강매 등을 일삼는 '불법 피라미드(다단계)'가 사회 문제였다. 정부가 1995년 방문판매법을 전면 개정해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규정했지만 한국암웨이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았다.

불법 다단계는 제품 판매가 아닌 추가 회원 모집을 강요해 그 대가로 돈을 주거나, 회원들에게 제품을 강제로 떠넘긴다. 하지만 합법 판매업체는 1만원 이상 가입비를 요구하거나 제품을 구매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암웨이는 한국 진출 후 상당기간을 회원직접판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는 작업에 매달려야 했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는 "합법적인 사업방식을 25년간 고수하면서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인식이나 장벽이 상당 부분 개선됐다"며 "판매 사업자와 제품 수요가 꾸준히 늘어 한국은 암웨이가 진출한 100여개국 가운데 중국에 이어 2번째로 매출이 많은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한국암웨이 매출액은 2010년 7803억원에서 지난해 1조697억원으로 5년새 37% 늘었다. 한국 진출 첫해 매출액 41억원과 비교하면 261배 성장한 셈이다. 회원직접판매 총 사업자 689만명의 17.4%에 달하는 120만명이 암웨이 제품을 취급한다. 암웨이 회원 가운데 10년 이상 제품 판매를 지속하고 있는 사업자만 10만여명이다.

국민밥솥 '쿠쿠' 키운 숨은 공신…직접판매기업 '한국암웨이'
◇"써보면 또 산다"…품질이 성장 발판=
암웨이가 깐깐한 한국 소비자 마음을 잡은 비결은 좋은 제품이다. 종합영양제 '뉴트리라이트'와 화장품 '아티스트리', 정수기 '이스프링', 공기청정기 '엣모스피어', 각종 생활용품(치약·비누·세제 등) 등 538개 제품을 판매하는데 대다수가 소비자 일상생활에 밀접하게 자리잡았다.


특히 뉴트리라이트는 세계 건강기능식품 1위 브랜드답게 큰 인기다. 한국암웨이 매출 1조원 가운데 4000억원이 뉴트리라이트에서 나올 정도다. 1994년 첫 선을 보인 암웨이 치약 '글리스터'도 주부들 사이에서 제품력이 좋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 10년간 5000만개가 팔렸다. 아티스트리는 뷰티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평이 난 기능성 화장품이다.

암웨이는 '씨앗부터 완제품까지'를 원칙으로 자체 농장에서 흙을 관리해 천연재료 씨앗을 직접 재배하기로 유명하다. 이 농장에서 관리한 원료로 영양제를 개발하고 아티스트리 화장품 프리미엄 제품도 만든다. 한국암웨이 관계자는 "암웨이 본사에서 950여명의 연구진이 각종 제품을 연구한다"며 "특허만 1150개 이상 보유하고 있고 검증되지 않은 제품은 절대로 내놓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쿠밥솥' 키운 숨은 조력자…"더 착한기업 되겠다"=한국암웨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원포원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미국에서 본사 제품 1개를 수입할 때마다 국내 기업과 협업해 1개 제품을 출시하고 100% 현금결제하는 상생 전략이다. 압력밥솥(쿠쿠홈시스), 김치(대상), 휴지(대한펄프) 등이 당시 암웨이 사업자들이 판매한 대표 상품이다. '쿠쿠'가 브랜드 론칭 직후 압도적인 점유율을 확보하며 압력밥솥 시장을 주도한 것도 암웨이 판매 네트워크의 힘이 컸다. 해외로 수출하는 한국형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 '듀오락'을 생산하는 셀바이오텍도 암웨이가 발굴한 알짜 중소기업이다.

한국암웨이는 최근 '원포원 좋은가게'를 출범, 향후 25년간 회사 경영 밑그림을 그렸다. 박세준 한국암웨이 대표는 "2013년 사회적기업과 협업으로 29개 제품을 선보인 원포원 좋은가게를 산합협력체, 소셜비즈니스 기업으로 지원 영역을 확장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25년은 지난 25년보다 한국 사회와 더욱 상생하는 착한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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