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파노라마의 자유

머니투데이 정동준 특허법인 수 변리사 2016.05.09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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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준 변리사.정동준 변리사.


최근 저작권 관련 문제가 뉴스에 자주 오르내린다. 저작자의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을 저작자의 사후 70년으로 늘리면서 저작권은 더욱 보호되고 있는 추세로 가고 있다.

저작권 보호 강화 추세에도 많은 국가에서는 공중의 이익을 위해 저작권의 권리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다. 파노라마의 자유(Freedom of panorama)가 그것이다. 이는 공공장소에 영구적으로 설치된 건축물이나 조각 등을 사진, 동영상, 또는 그림 등으로 만들어 배포하는 것을 관할 지역의 법률에 따라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파노라마의 자유는 촬영 대상물의 저작권자가 저작권 침해로 대응하는 것을 제한한다.



최근 유럽에서 파노라마의 자유의 규정을 제한하여 저작권의 권리를 강화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2015년 7월 유럽연합(EU)은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을 제한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을 내놨다.

만약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이 제한된다면, 유럽 각지의 유명 빌딩이나 조각상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면 저작권 관련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SNS에 올리는 행위 자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더라도 SNS의 운영 방침에 따라 영리를 목적으로 재활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단체와 개인들이 이에 대해 반대를 표했다. 반대 여론이 극심해지자 EU는 개정안을 파기하게 됐고 파노라마의 자유는 유지될 수 있었다.

EU의 개정안과는 별개로 전세계의 각 국가마다 이와 같은 파노라마의 자유에 대한 규정이 달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의 회원국 내에서도 회원국 각각이 모두 동일하게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을 원용하고 있지도 않다. EU가 파노라마의 자유를 허용하는 지침을 가지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강제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등과는 달리 이탈리아, 프랑스는 파노라마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 대표적인 국가다.

이와 같은 국가에서는 파노라마의 자유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건축물 또는 조각상 자체에 대해 성립되는 저작권에 관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프랑스의 에펠탑은 저작자 사후 70년이 지난 상태이므로 자유롭게 사진 등을 찍을 수 있는 대상이다. 그러나 2003년에 에펠탑에 설치한 야간 조명에 대해서는 저작자 사후 70년이 지난 상태에 해당되지 않으므로 에펠탑의 야간 조명을 촬영해 상업적으로 이용할 경우 저작권에 걸릴 수 있다.


건축물 또는 조각상 자체에 대해 성립되는 저작권과는 별도로, 해당 건축물 등에 대한 이미지(사진저작물)에 대하여 성립되는 저작권에 관한 문제도 있을 수 있다. 즉, 건축물 등에 성립되는 저작권과는 별개로 건축물 등을 촬영한 이미지는 별도의 사진저작물에 해당되므로 그 사진저작물에 관한 저작권도 성립될 수 있다. 따라서 남이 찍은 사진저작물에 관하여 공중송신, 전송, 복제, 배포, 발행, 공표 등의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저작권법에서도 이와 유사한 파노라마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건축물 등을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이러한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볼 여지가 있다. 한국은 저작권법 35조 2항에서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되어 있는 미술저작물"의 복제 이용을 허락하고 있으나, "판매의 목적으로 복제하는 경우"는 단서 조항으로 금하고 있어 상업적 용도의 사용은 제한되고 있다.

㈜포마토가 TV 광고에 ‘헤이리 UV 하우스’라는 건축물을 배경으로 이용한 것이 해당 건축물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인지 여부를 놓고 벌인 소송이 있었다. 1심은 ‘UV하우스를 광고 속 배경으로 이용한 것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다’라고 판단했지만 항소심은 당사자들의 합의에 따라, ‘UV 하우스를 광고 속 배경으로 이용한 저작권 침해에 대한 유감을 표하며 금원을 지급한다’는 조정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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