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정진석 원내대표, 첫행보 '野 3당3색 예방'…협치강조

머니투데이 구경민 심재현 우경희 기자 2016.05.0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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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더민주 '90도 폴더인사', 국민의당 '포옹으로 친분과시', 정의당 '소수당 설움 이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5.4/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찾은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5.4/뉴스1


정진석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가 4일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잇따라 방문, 향후 국회 운영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새누리당의 새 원내 사령탑에 오른 정 원내대표가 첫 공식 행보로 야당 지도부를 찾은 것은 20대 국회의 '협치' 필요성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특히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을 방문해 1시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하면서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 등에 대한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를 예방해서는 90도로 깍듯이 인사하면서 '지도편달'을 부탁했다. 이날 오후엔 정의당의 노회찬 신임 원내대표를 접견해 소수당의 설움을 안다면서 위로한 뒤 접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가장 먼저 정의화 국회의장실을 방문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0대 국회의 협치를 거듭 강조하며 정 의장에게 "의장실이 바로 협치의 주 공간"이라며 조언을 당부했다. 이에 정 의장은 "교섭단체가 셋이니까 협치하는 데 서로 참아가면서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정 의장에게 '깜짝 입당' 발언을 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정 의장은 새누리당 출신으로 국회의장에 선출된 뒤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통상 의장직을 마치고 나면 친정으로 다시 입당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정 의장은 이번 총선 공천 파동을 맹비난하며 '새로운 정치 결사체' 조직을 언급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정 신임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입당 안하시느냐. 새누리당으로 복귀하셔야죠"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원내대표로 훌륭한 분이 오셨으니 재고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정 의장은 이날 정 신임 원내대표에게 "훌륭한 원내수석부대표를 뽑아야 한다"고도 했다.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만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6.5.4/뉴스1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실을 찾아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만나 고개 숙여 인사를 하고 있다. 2016.5.4/뉴스1
정 신임 원내대표는 정 의장과 만난 후 곧바로 더민주 김종인 대표를 예방했다. 더민주 대표실에 들어서자 마자 정 신임 원내대표는 김 대표를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면서 "제가 존경하고 따르고 했던 어른"이라고 치켜세웠다. 야당 지도부 중 가장 연장자인 김 대표를 향해 최대한 예우를 다하려는 모습이었다.


그러면서 "2010년 6월 청와대 정무수석 하는데 다음날 조언을 부탁하려고 만난 기억이 있다. 제가 많이 부족하다. 대표님이 지도해달라"고 운을 뗐다.

이에 김 대표는 "새누리당이 2당이 됐는데 정 원내대표의 활약이 중요하다. 원내대표 이후 충청 대망론도 나오고 있으니…"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어 "더민주 원내대표는 원만한 분이 될 거다. 3당 됐으니 원내대표 역할이 좀 달라지지 않을까"라고도 했다.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포옹하고 있다. 2016.5.4/뉴스1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에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예방해 포옹하고 있다. 2016.5.4/뉴스1
김 대표와 10분동안 덕담을 주고받은 정 신임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이어 국민의당 대표실을 찾아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를 20분간 만났다. 박지원 원내대표와 김성식 정책위의장과도 별도로 30분간 얘기를 나눴다.

정 신임 원내대표가 더민주는 10분, 국민의당은 50분 가량을 소요해 이야기를 이어간 것은 20대 국회에서 법안 처리 등 야권의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더민주보다 국민의당의 협조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는 "천정배 대표에게는 자민련 시절에도 신세를 많이 졌다. 교섭단체를 만들어준다고 애를 많이 써주셨는데 잘 안됐다. 제가 오늘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국민의당에 구애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초록색은 국민의당의 상징색이다. 그는 또 "새누리당이 과반수 였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 관철 시킬 방법이 없다"며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생각한다. 3당 모두 책임감을 갖고 생산적인 국회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 대표는 정 신임 원내대표의 '초록색 넥타이' 발언에 "세심한 데 까지 신경 써주셔서 협력이 잘 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는 이어 "20대 국회는 정말 일하는 국회, 대화하고 협력하는 국회가 됐으면 좋겠다"며 "어제도 원내대표 선출된 후 협치와 혁신을 이루겠다고 했는데 그야말로 국민들의 지상명령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천정배 대표는 "오래 전부터 한국 정치는 대통령의 식민지다라고 얘기했는데 여당 일때도 마찬가지 였다"며 "대통령이 여당을 식민지배하는 양상이 계속됐고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청와대 특히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양당 지도부를 만난 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별도로 회동했다.

특히 정 신임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만나자 마자 포옹을 나누는 등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또 자신의 넥타이를 가리키며 "형님 만난다고 일부러 넥타이를 이걸로 했다"고 말했다. 또 "역량도 부족하고 박지원 대표님이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맡고 있어서 제가 많이 의지해야 겠다"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에 박 원내대표도 "덩치도 크고,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진석 원내대표가 '형님'이 됐기 때문에 큰 정치를 해서 작은 정당을 좀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을 찾아 노회찬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5.4/뉴스1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의당을 찾아 노회찬 신임 원내대표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16.5.4/뉴스1
이날 오후 정 신임 원내대표는 마지막으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를 예방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제3당의 원내대표를 해봐서 소수정당의 설움을 잘안다"며 "국민들께서 새 정치질서를 만들어줬는데 지상명령은 협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17대 국회 때 국민중심당 원내대표를 지낸바 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노 신임 원내대표의 "가장 소통이 잘 되고 합리적"이라는 덕담에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다. 여야도, 정무도 국민의 뜻을 헤아려 잘 해나가겠다"고 대답했다.

이에 노 신임 원내대표는 "제 소원이 하나 있다면 새누리당이 좋은 법안이나 정책을 내는 것"이라며 "제가 손을 번적 들어드리고 싶은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신임 원내대표는 "저희당이 아주 반성을 많이 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많이 실망시켜드려 지금 반성하고 자숙모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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