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받을 용기2'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기시미 이치로 일본 철학자는 "이번엔 행복할 용기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며 "행복해지기위해 젊은 시절 저항력을 갖는 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100만 부 이상) 책 ‘미움받을 용기’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일본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익숙하지 않은 말이어서 머릿속에 깊이 박히고 그때부터 자기와의 대화가 시작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근 ‘미움받을 용기2’ 출간에 맞춰 30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가졌다.
‘미움받을 용기2’는 사랑, 행복에 관한 용기의 이야기를 대화 형식으로 풀었다. 심리학자 아들러의 ‘대인관계론’에 바탕을 둔 전작의 ‘용기’가 ‘인간관계에 너무 매몰되지 말라’는 식의 자립적 사고에 의존했다면, 후속작의 그것은 함께하는 ‘우리’의 사랑과 행복에 대한 도전을 얘기한다.
기시미 이치로. /사진=김고금평 기자
인공지능 시대, 자본주의가 매몰된 사회에서 ‘행복론’의 가치가 ‘역설’같다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행복이나 사랑이라는 건 ‘원래’ 존재해야 하는 자연과학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신장이식이 필요한 딸과 신장을 내어주는 엄마 사이에서 발달한 기술이나 윤리적인 태도는 모두 ‘당연한’일처럼 받아들이잖아요. 하지만 신장을 주는 엄마나 신장을 받을 딸이 행복해질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일 수 있어요. 사랑과 행복이라는 ‘선’의 가치를 위해 우리는 여전히 과정의 희생(행복할 용기)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나요?”
행복할 용기는 저자의 젊은 시절 경험담에서 시작됐다. 어머니가 49세에 돌아가실 때까지 병수발을 든 6개월간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인생을 보며 “사람은 그래도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되뇌었다. 플라톤의 행복론을 책으로만 접하다, 처음으로 현실 속 행복의 정의를 자문하게 된 것이다.
“그런 저항력은 연애 감각에도 미쳤어요. 볼품없는 제 외모 때문에 사랑도 늘 받는 것보다 주는 쪽에 맞춰졌어요. 10년 전에 심근경색으로 죽다가 살아나기도 했고요. 아들러는 ‘무엇이 성공이냐’부터 이야기를 꺼내요. 성공은 돈도 명예도 아니라는 걸, 그로부터 알게 됐고, 그로부터 현실에 적용하게 됐죠. 행복과 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들러 심리학이 우리 시대에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해요.”
지난해 100만 부 이상을 팔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선정된 '미움받을 용기'에 이어 최근 '미움받을 용기2'를 낸 기시미 이치로. 이 책은 현재 일본에서 30만부, 국내에선 10만부 선주문을 기록 중이다. /사진제공=인플루엔셜
“행복할 용기는 ‘연결의 가치’에서 존재해요. 가령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했는데, 당사자가 받아주지 않는다면 포기해야 할까요? ‘대상’을 포기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 자체는 계속 연결돼야 합니다. ‘그 사람한테 사랑을 못 받아도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노력 말이에요. 괴로움을 쌓아가는 저항력이 젊은 시절에 꼭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죠.”
기시미 이치로는 이 책이 교양서나 자기계발서가 아닌 철학서로 읽히길 원한다고 했다. 단순히 마음의 분석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인관계를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제시해주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아들러가 기원전 5세기에 태어났다면, 소크라테스처럼 됐을 것”이라고 했다. 인터뷰가 말미.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라고 물었더니,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행복하다”고 싱긋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