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인민은행 숨가쁜 공개시장조작, 사실상 지급준비율 인하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6.04.27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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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인민은행 숨가쁜 공개시장조작, 사실상 지급준비율 인하


중국 인민은행이 최근 대규모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에 이어 중기유동성공급(MLF)발행으로 사실상 지급준비율(지준율) 0.5%p 인하를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민은행이 이처럼 지준율 인하 대신 공개시장조작을 선택한 것은 위안화 환율이나 부동산 가격에는 부담을 덜 주면서시장에 필요한 돈은 충분히 주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27일 중국 동방재부망 등은 인민은행이 지난주 8700억위안의 역RP 발행에 이어 지난 25일 또 다시 역RP 1800억위안을 발행하고,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로 2670억위안을 추가 공급한 것은 사실상 0.5%p 지준율 인하 효과와 맞먹는다고 전했다. 불과 1주일새 시장에 공급한 자금만 1조2170억위안에 달한다. 이는 역RP 만기가 돌아와 회수되는 자금을 빼더라도 시장에 0. 5%p 지준율 인하 효과를 줬다는 진단이다. 중국 예금규모로 볼 때 시중 은행이 전체 예금 중 반드시 현금으로 쌓아둬야 하는 지준율을 0.5%p 내리면 6800억위안 정도 유동성이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중국 금융시장은 지난 15일부터 심상치 않은 흐름이 이어졌다. 시보 금리(SHIBOR,은행간 자금대출 금리)가 꿈틀거리는가 싶더니 지난 20일에는 2%(이하 1일물 기준)를 돌파했고, 지난 25일에는 2.3420%까지 치솟았다.

5월1일 노동절 연휴를 앞두고 단기자금 수요가 급증한데다, 기업들은 기업대로 세금 납부 시즌이 다가와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증치세(부가가치세) 개혁으로 역RP에서 거둔 이익에도 세금을 매기기로 하면서 자금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인민은행은 시장에 충분한 자금을 풀지 않았다. 시중은행들은 답답해 했다. 최악의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수준에서 역RP 발행으로 유동성을 조절했다. 하지만 전날 시보금리가 크게 오르자 인민은행은 역RP보다 자금 만기가 긴 MLF를 통해 숨통을 확 터줬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는 몇 가지 노림수가 있다고 분석한다. 우선 자산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겠다는 의도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와 수출 등에서 경제 반전 신호가 나타나면서 시중 부동산 대출은 갈수록 늘어났다. 만약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낮춰 시중은행에 전면적으로 유동성을 확대하면 또 다시 부동산 대출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지난해 중국 1선 도시인 선전시 집값이 50% 이상 오르고 올 들어 베이징과 상하이 등의 집값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대출 증가는 또 다시 집값에 불을 당길 수 있다.

금융 리스크 방어 포석도 엿보인다. 중국의 순부채는 지난 3월말 163조위안(2경8786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237%에 달한다. 지난 3월 위안화 신규 대출은 1조3700억위안으로 전달대비 100% 증가하며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조지 소로스 등 환 투기 세력이 위안화 약세에 베팅하며 또 다시 위안화 공매도에 나서려는 것도 편치 않은 대목이다. 지준율 인하는 시중 위안화를 늘려 위안화 약세의 배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위안화가 급격히 평가절하된다면 인민은행은 물론 중국 경제 전체가 큰 압박에 시달릴 수 있다.


이 때문에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만큼 돈을 푸는 효과가 있고, 인민은행 입김은 더 강력한 공개시장조작을 택했다는 것이다. 특히 앞으로도 인민은행은 지준율 인하 대신 공개시장조작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중신증권연구부 밍밍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번 공개시장조작으로 인민은행이 단기간에 지준율 인하를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인민은행이 유동성 확대에 더욱 신중한 모습이어서 통화량이 이전처럼 확대되는 시기도 끝났다”고 밝혔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지난 2월말에도 지준율을 각각 0.5%p 낮춘 바 있다. 하지만 중단기 공개시장조작은 만기 때마다 자금 경색이나 자금 쏠림 현상이 벌어지는 등 주기적으로 문제에 부딪칠 수 있다.

한편 MLF 발행으로 자금 여력이 생기면서 시보금리는 지난 26일 2.341%로 전일대비 떨어지며 안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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