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빵]어린이집 앞 '금연구역' 팻말, 알고보니 공갈?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이슈팀 박영민 기자, 박광범 기자 2016.04.30 06:34
글자크기

[원칙없는 금연 정책-①]자치구마다 다른 금연구역 조례…정확한 '금연구역' 파악도 불가

편집자주 '꿀빵'의 사이다 프로젝트. 꿀빵은 금연구역과 흡연구역을 시원하게 한 눈에 보여주고자 '흡연지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홈페이지 어딘가에 잘 정리돼 있는 자료를 찾아 지도 위에 위치를 찍어 흡연자나 간접 흡연으로 피해를 입는 시민이 참고할 수 있도록 '흡연지도'를 만들자는 것이 취지였다. 그러나 자료를 찾아 나선 '꿀빵'은 이내 좌절했다. 잘 정리된 자료는 커녕 금연구역 관련 법과 조례를 해석하는 것만으로도 수일을 허비해야 했다. 법은 이해했으나 정확한 구역을 찾아내는 것은 더 큰 일이었다. 보건복지부, 서울시, 각 자치구에 수많은 전화를 돌려서야 겨우 '대략적인' 흡연구역을 알아냈다. 꿀빵은 묻는다. 원칙도 컨트롤타워도 없는 정부의 금연정책.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꿀빵]어린이집 앞 '금연구역' 팻말, 알고보니 공갈?


[꿀빵]어린이집 앞 '금연구역' 팻말, 알고보니 공갈?
#광화문역 근처 직장을 다니는 김성훈씨(35)는 담배를 피우려고 지난 21일 청계천 부근의 골목을 찾았다. "사람이 없는 골목에서 눈치껏 담배를 피우곤 한다"는 김씨는 "어디가 금연구역이고 어디가 흡연구역인지 정확히 몰라 골목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학생 한결씨(21)는 광화문역 근처 대형 서점에 왔다가 대로변의 흡연자들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금연' 표시가 있는 곳 앞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흡연자를 단속하는 단속원이 없어 짜증이 났다.




5월1일부터 지하철역 출입구 10미터 이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연구역을 늘리고 담뱃값을 올리는 등 정부가 유례없는 강력 흡연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흡연구역과 금연구역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서울의 경우 각 구청마다 금연구역 조례가 달라 흡연자는 물론 담당 공무원조차 정확한 흡연구역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청 일대나 강남역 일대는 길 하나만 건너면 규제구역이 달라지는 탓에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어린이집' 앞은 금연구역인가요?
국민건강증진법 9조 4항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금연구역에 해당한다. 외부경계와 관련해선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단독 건립된 어린이집의 경우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에 해당되지만 대형 건물이나 직장 내 어린이집은 해당 건물 부지 자체가 금연구역이 아니다.

이 때문에 '이곳은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이라 반경 10미터 내 금연입니다'라는 팻말이 있더라도 실제론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광화문역 근처 종로구 대형 건물내 위치한 한 어린이집은 해당 건물 앞 도로에 '건물 내 어린이집이 있어 금연구역'이란 팻말을 설치해놓고 있다.

종로구 보건소에 문의한 결과 "종로구의 경우 해당 조례를 검토하고는 있으나 아직 어린이집 외부 금연구역에 대한 조례가 없어 팻말 앞에서 흡연을 하더라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종로구와 맞닿아있는 중구는 다르다. 중구 조례에 따라 건물 내 어린이집이 있거나 직장내 어린이집만 있으면 해당 건물의 건축경계선으로부터 10미터 이내가 금연구역에 해당한다. 어린이집이 있는 건물 앞 인도나 골목에서도 담배를 피우면 안되는 셈이다.

현재 중구, 용산구, 동대문구 등 서울시내 10개 자치구는 어린이집 주변 10미터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반면 광진구, 도봉구, 노원구 등 나머지 15개 자치구는 어린이집 외부가 금연구역이 아니다.

광화문 흡연지도. 붉은 구역이 외부 금연구역/사진=다음지도광화문 흡연지도. 붉은 구역이 외부 금연구역/사진=다음지도
◇우리구 금연구역 대체 어디야?
서울시내에서 흡연할 때는 무려 3가지 법을 따져봐야 한다. 첫째는 '금연구역' 자체의 기본법이 되는 '국민건강증진법'이다. 해당 법은 26개 항목에 걸쳐 목욕탕, 공연장, PC방 등 내부 공간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대부분 내부 금연구역과 관련돼 있다. 관공서, 학교, 국회 등은 외부구역도 금연구역에 포함된다.

그다음은 서울특별시 조례다. 서울시는 도시공원 및 주유소, 하천, 중앙차로에 위치한 버스정류소, 학교보건법에 따른 학교정화구역 등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내에 있는 모든 학교와 유치원의 출입문 앞 반경 50미터까지는 금연구역에 해당한다.

다음으론 각 자치구 조례를 확인해야 한다. 자치구 조례에 따른 금연구역은 천차만별이다. 자치구에 따라 어린이집, 택시승강장, 아파트 등이 금연구역인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금연구역을 보건소 홈페이지 등에 게재한 자치구가 있는 반면 동대문구, 마포구, 강서구 등 적지 않은 자치구들의 경우 지자체 고시로만 금연구역을 발표해 확인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흡연자가 금연구역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울뿐더러 간접흡연 피해를 입은 시민이 금연구역을 인지하고 항의할 수도 없는 것.

한 자치구 금연구역 담당자는 "담당이 바뀐 지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금연구역을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며 "고시가 매주 나오기 때문에 정확한 금연구역을 일일이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