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메모리 파크'부터 '미드나잇 인 한양까지'…VR만난 전통예술 훨훨 날다

머니투데이 박다해 기자 2016.04.25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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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 예술분야 첫 '해커톤' 개최…29일 최종 수상작 발표

24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빌딩에서 열린 '제1회 예술해커톤' 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참가자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24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빌딩에서 열린 '제1회 예술해커톤' 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참가자가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통예술이 다른 대안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없으면 사업할 때 장애 요인이 많을 것 같은데요?"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다른 서비스와 어떻게 차별성이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24일 서울 강남구 디캠프 빌딩은 휴일이 무색할 정도로 열기가 가득했다. 예술 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제1회 예술 해커톤(Hackathon)' 마지막 합숙 날. 3일 동안 짜낸 아이디어 모의 발표대회를 연 이날, 참가자들은 '전통예술'과 IT기술을 융합한 다양한 창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심사위원들에게 냉철한 심사평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공동 개최한 이번 대회에는 예술 창작·기획자부터 디자이너, 앱·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개발자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60여명이 참가했다.



'해커톤'은 무언가에 집중해서 '파고든다'는 의미의 핵(Hack)과 마라톤(Marathon)의 합성어로 정해진 시간 동안 팀을 짜서 쉬지 않고 아이디어를 기획해 간단한 시제품으로 구현하는 개발 경진 대회를 뜻한다. '해커톤 대회'는 네이버·다음 등 IT 기업에서 주로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예술 분야 해커톤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24일 '예술 해커톤' 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참가자가 백제 금동대향로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24일 '예술 해커톤' 모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한 참가자가 백제 금동대향로를 활용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전통예술'을 주제로 열린 이번 해커톤에서는 총 9팀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웰앤딩'(well-anding)팀은 한국의 전통 상·장례의 정신과 형식을 현대적으로 복원해 '디지털 메모리 파크'를 구축하는 아이디어를 발표했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 남기고 싶은 기록을 영상, 애니메이션, VR, AR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해 제작하는 것.

이 팀은 "고인과 남겨진 가족들의 삶의 기억을 연결하고 싶었다. 5000만 보통 사람들의 '디지털' 자서전을 만들 것"이라며 "그 기록이 모여 역사가 되고 그 역사가 또 다른 전통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보 제287호인 백제 금동대향로 속에 등장하는 5명의 신선 '오(五)악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오악사와 떠나는 우리 소리 찾기' 보드게임을 제작한 팀도 있었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해 국악과 관련된 가상 체험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 다른 팀은 미디어파사드, 홀로그램, AR 등을 활용한 문화유산 야간 관광 프로그램 '미드나잇 인 한양'을 개발해 호평을 받았다. 서울 종로구 문화유산인 '보안여관'에 가면 위치기반 AR을 활용해 당시 그곳에 머물던 서정주, 김동리, 이중섭 등의 작품을 보여주는 식이다.

북촌한옥마을에서는 3D 홀로그램으로 태평무를 감상할 수 있게 했다. 국가지정 문화재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의 관광프로그램 한계를 극복하고 여기에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한다는 취지다.

이번 대회에 참가한 이종욱씨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에서 문화유산을 소재로 한 디지털 콘텐츠 연구를 하면서 평소에도 창업에 꿈이 있었다"며 "혼자서 책만 보는 정도였는데 다양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 분위기를 살필 수 있어 좋았다"고 밝혔다.

이씨는 또 "막연하게 창업을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면서도 "현장에서 실제로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신 분들이 멘토로 와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비즈니스' 분야 멘토로 참가한 양석원 디캠프 팀장이 참가자가 발표한 아이디어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비즈니스' 분야 멘토로 참가한 양석원 디캠프 팀장이 참가자가 발표한 아이디어에 대해 조언을 해주고 있다/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비즈니스' 분야 멘토로 참가한 양석원 디캠프 운영팀장은 "예술 하는 분들은 자부심이 강해 사업 관련 이야기를 하는 것이 힘들다. 반대로 기술 분야 종사자들은 예술 분야를 잘 모른다"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의 분야를 융합할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술이 기술과 만나면서 기존 장르가 재편될 기회가 있고 잘 습득하면 해외 시장까지 연결될 수 있는데 (현재는) 서로의 분야에 대한 정보불균형이 있다"며 "(융합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해커톤'과 같은 자리를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검증해봐야 한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발표한 시제품을 바탕으로 오는 29일 정식 결과물을 발표한다. 문체부는 발표 결과에 따라 2개 팀을 선정하고 총 300만 원의 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만약 결과물이 실제 사업으로 이어질 경우에는 크라우드펀딩, 제품 전시, 청년창업지원 가산점 부여 등 협력 기관과 연계해 후속 지원할 계획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관계자는 "해커톤은 다양한 분야 종사자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고 전문가들에게 멘토링을 받을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다음 주제는 '평창 문화올림픽'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계속 개최해 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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