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대형주의 반격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6.04.14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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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매수에 코스피 단숨에 연중 최고치…경기민감 대형주 '초강세'

코스피 지수가 이머징 증시 강세에 동조해 10거래일 만에 20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은 5500억원대 순매수로 코스피를 연중 최고치로 끌어올렸다.

14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34.61포인트(1.75%) 오른 2015.93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5525억원 순매수를 기록한 가운데 기관도 1738억원 동반 순매수를 나타냈다. 이날은 옵션만기였지만 외국인의 공격적인 현·선물 순매수 드라이브가 만기 효과를 모두 상쇄했다.



앞서 20대 총선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정국이 현실화되며 증시에 악재가 될 거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를 비롯해 여당이 내건 한국판 양적완화와 추가경정 예산 편성이 쉽지 않을 것이고 여당이 추진해온 경제개혁법안 처리도 난항이 예상돼서다.

하지만 코스피가 휴장한 13일 홍콩H 지수가 3.95% 급등하고 미국 뉴욕증시가 1%대 강세를 기록하면서 코스피는 개장 전 동시호가에 이미 강세장을 예고했다. 중국 수출지표가 9개월 만에 반등하며 조선·철강·에너지 업종에 힘을 실어줬고 여소야대 정국으로 금리 인하 기대감이 낮아지며 금융주 강세로 이어졌다.



◇대형주의 반격=이날 코스피 2000 회복의 주역은 대형 경기민감주였다. 금융·철강이 선두에 서고 기계, 화학, 자동차 업종이 뒤를 이었다. 덕분에 이날 코스피 지수는 1.75% 올랐으나 코스피200 지수는 2.13% 상승했다. 대형주만 모아놓은 KTOP30 지수는 2.25% 강세를 보였다.

두산인프라코어 (8,400원 ▼60 -0.71%)가 13.2% 급등했고 한화케미칼 (31,800원 ▲850 +2.75%) 12.85%, 한진중공업 (3,260원 ▲25 +0.77%)두산중공업 (17,800원 ▼250 -1.39%)이 10% 넘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래에셋증권 (20,500원 ▼150 -0.7%)이 9.56% 올랐고 한진해운 (12원 ▼26 -68.4%), 두산건설 (1,240원 0.0%)도 강세 마감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서는 신한지주 (49,000원 ▲1,300 +2.73%)가 5.78% 급등하고 LG화학 (391,500원 ▼6,500 -1.63%), POSCO (401,000원 ▲3,000 +0.75%), 기아차 (114,900원 ▲2,200 +1.95%)가 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경기민감주는 장기간 주가가 부진했기 때문에 국내 기관의 경우 대형 경기민감주 보유량이 많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 매수가 유입되자 수급적 우위가 발생해 주가가 급등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통상 외국인이 특정 주식을 다량 매수하는 경우 국내 기관이 해당 주식을 팔며 수급적으로 반대 포지션에 서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주가가 오르는 경기민감주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지분율이 높지 않아 외국인 매수가 유입될 경우 주가가 급등한다는 분석이다.

펀드매니저들은 대형 경기민감주의 강세가 지난해 극과 극을 보였던 증시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성장주의 과도한 급등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지나치게 저평가된 경기민감주가 재평가되고 있다"며 "너무 과했던 부분들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 대세 상승장으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판단했다.

◇풍요 속 빈곤=지수는 화끈한 강세를 보였으나 증권가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지수 상승의 주역인 대형 경기민감주를 많이 보유한 펀드매니저가 별로 없어서다. 오히려 이날 급락한 종목들 때문에 시장수익률(지수의 상승률)을 하회한 펀드매니저도 많았다.

강세장 속에서 왕년의 스타이자 10루타(10배 상승) 종목인 삼립식품 (58,600원 ▲300 +0.51%)을 비롯해 한국콜마홀딩스 코스맥스비티아이는 나란히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한샘, 쿠쿠전자, 신세계푸드 등 지난해 증시를 주름잡던 종목들도 줄줄이 약세였다.

시장의 성격이 1년 만에 180도 변하다보니 운용철학을 지키는 펀드매니저로서는 지수를 추종하기 힘든 장세가 됐다. 인간의 손길이 가미된 액티브 펀드가 단순 인덱스 펀드를 이기기 어려워진 것이다. 일반적으로 자산운용사의 투자전략을 교체하는데는 6개월~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데 시장은 1~2개월 만에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

송성엽 대표는 "경기민감주의 강세가 길게 가면 6개월 정도 이어질 수 있다"며 "개별 종목 위주로 투자한 경우 지수 상승률을 추종하기 어려운 장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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