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반 소리반' 느낌 옵니까?…고음질 '플락' 주목

머니투데이 이해인 기자 2016.04.09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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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 발달·수요 증가에 고음질 음원 '꿈틀'…스트리밍 업체 앞다퉈 '플락' 상품 출시

'공기반 소리반' 느낌 옵니까?…고음질 '플락' 주목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
30대 직장인 김씨는 요즘 출퇴근길이 즐겁다. 입사 10년을 맞아 바꾼 자동차가 무손실 음원 플락(FLAC)을 지원, 음악의 신세계를 맛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앞다퉈 '플락' 음원을 선보여 고음질 음원을 찾는 번거로움 없이 터치 몇 번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김씨는 "'플락'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노래는 공기반 소리반'이라는 박진영의 말이 뭔지 알게 됐다"며 "출퇴근길이 업무에 지친 마음을 힐링하는 나만의 콘서트장이 됐다"고 말했다.



무손실 음원 '플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음악 마니아들의 영역으로 생각됐던 고음질 음원에 대한 일반인들의 수요가 높아지기 시작한 것. 특히 성장 가능성을 엿본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과 각종 기기 제조사들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음질 음악 시장이 꿈틀거리고 있다.

◇원음에 가까운 감동…'플락'이 뭐기에='플락'은 'Free lossless audio codec'의 줄임말이다. 한마디로 '무손실 음원'. MP3 파일은 용량을 줄이기 위해 사람이 듣지 못하는 음역대를 깍아내 압축하는 원리다. 반면 ‘플락’은 손실과정 없이 압축을 진행, 원음에 가까운 생생한 음악을 재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플락'이 나온 지는 꽤 오래됐다. 그러나 MP3 대비 용량이 커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음원 재생 시 소모되는 데이터 용량 부담이 큰데다 메모리 가격이 비싼 만큼 저장과 재생에 적잖은 비용이 소요됐던 것. 번거로움과 가격을 따진다면 차라리 CD를 구매하는 게 편하고 저렴했다. '플락'은 일부 음악 마니아들의 전유물에 그쳤던 이유다.

최근 '플락'이 재조명받는데는 메모리 가격이 낮아지며 저장 기기의 공간이 여유로워지면서부터다. LTE 서비스 대중화로 대용량 데이터 사용도 보편화됐다. 이제는 각종 커뮤니티에서 심심치 않게 '플락' 파일 수배 글을 접할 수 있다. 가짜 ‘플락’ 파일이 공유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람이 듣지 못하는 음역대라고 해도 기존 음원의 일부를 잘라내는 만큼 MP3 파일은 소리에 변형이 올 수밖에 없다"며 "'플락'은 이러한 변형을 최소화한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디지털 음원 포맷"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음원 업체들, 음질 경쟁 '활활'=고음질 음원 수요에 관련 업체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최근 음악 소비의 주류로 자리 잡은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이 플락 음원 확보에 열을 올리며 대중화에 불을 지피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벅스다. 국내 최다인 총 163만개의 플락 음원을 보유한 벅스는 최근 '플락 전용관'을 선보였다. 플락 무제한 듣기 전용 상품도 출시했다. 기기로의 전송 과정에서 음원의 손실을 줄이기 위해 ‘DLNA’라는 신규 기술도 적용했다. 벅스와 더불어 국내 1위 디지털 음원 스트리밍 업체인 멜론과 지니도 카페 등 비즈니스 사업자를 위한 전용관 등 각자 특색을 살린 플락 음원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다. 관련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글로벌 IT 공룡 애플 역시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애플은 헤드폰에 채용할 수 있는 새로운 라이트닝 오디오 커넥터를 발표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 같은 움직임이 고음질 오디오 출력을 구현, 향후 고음질 전용 서비스를 선보이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하고 있다.

벅스 관계자는 "IT와 통신 기술의 발달로 소비자들 사이 더 높은 품질의 사운드를 경험하기 위한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시장 규모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지는 않지만 무손실 음원 생태계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고음질 음원 시장 규모는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플락' 제대로 즐기려면?…'3박자' 갖춰야=전문가들은 플락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 음원, 재생기기, 스피커 '3박자'를 모두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플락 음원이 있더라도 플락 재생을 지원하지 않거나 음원을 출력하는 스피커의 성능이 좋지 않다면 고품질 음원을 그대로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스마트폰 업체들이 늘어나는 고품질 음원 수요에 발맞춰 최신형 모델에 플락 재생이 가능토록 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 갤럭시S7, LG G5, V10, 스타일러스2 등이 플락 재생을 지원한다. '대륙의 실수' 샤오미의 미 노트 프로도 플락을 지원한다.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만으로 플락 감상이 가능해진 것이다.

몸값을 낮춘 고음질 음원용 이어폰, 헤드폰도 속속 출시되며 '플락'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소니의 MDR XB920은 온라인 구매 시 20만원에 살 수 있는 고음질 음원 재생용 헤드폰이다. 자동차에도 플락을 지원하는 코덱을 탑재한 모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아차의 K7과 현대차의 EQ900이다. 르노삼성 역시 SM6에 플락을 지원하는 오디오 시스템을 갖췄다.

LG전자 관계자는 "수십에서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하이파이(Hi-Fi) 데크가 인기를 끌 정도로 고음질 음원에 대한 수요 자체가 늘고 있다"며 "최근 관련 인프라가 속속 갖춰지면서 고음질 음원·기기가 더욱 대중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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