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트레이너 알고보니 나보다 'PT 3개월' 선배"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이슈팀 김종효 기자 2016.04.06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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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한 경제 ①] 피트니스 시장 3년새 30% ↑…전문가 관리는 '소홀'

편집자주 경제생활에서 최선은 좋은 선택입니다. 더 좋은 선택을 하기 위해선 우선 ‘비교’를 잘해야 합니다. 값싸고 질좋은 물건을 찾아내기 위해서죠. 경기 불황 탓에 이런 ‘가격대비 성능’(가성비)은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독자들의 현명하고 행복한 소비를 위해 대신 발품을 팔기로 했습니다. 넘쳐나는 제품과 서비스, 정보 홍수 속에서 주머니를 덜 허전하게 할 수 있는 선택이 무엇인지 ‘작은(小) 범위에서 깊게(深)’ 파헤쳐 보겠습니다.

"내 트레이너 알고보니 나보다 'PT 3개월' 선배"


# 자영업을 하는 A씨(38·여)는 최근 큰 마음을 먹고 필라테스 개인 레슨을 등록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몸매관리에 적잖은 돈을 투자하는 게 신경이 쓰였다. 시간당 5만원이나 했지만 3개월만 투자하면 '몸짱'이 될 수 있다는 필라테스 강사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냉큼 주 2회씩을 등록하고 말았다.

하지만 A씨는 첫 수업을 하자마자 병원신세를 져야만 했다. 강사가 가르쳐 준 동작을 하다 그만 목 디스크에 걸린 것이다. A씨는 콜라병 몸매는커녕 본인의 생계도 잠시 쉬어야만 했다. 후에나 알게 됐지만 A씨를 맡았던 강사는 이제 막 3개월짜리 과정인 필라테스 자격증을 딴 '초짜'였다.



'몸짱'도 돈으로 사는 시대다. 여기에 건강에 대한 관심까지 높아지면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운동 과외'인 '퍼스널트레이닝(PT)'를 받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피트니스 사업이 최근 몇년 새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피트니스 사업 종사자 관리나 전문성에 대한 신뢰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 급증하는 피트니스 산업…3년 새 매출 30% 늘어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스포츠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스포츠 관련 교육기관 매출은 1조5610억원이다. 이는 2012년 1조1980억원에 비해 30.3%가 늘어난 것이다.

"내 트레이너 알고보니 나보다 'PT 3개월' 선배"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 새 늘어난 '프리미엄' 스포츠 교육기관 시장을 원인으로 꼽는다. 요가, 필라테스, 퍼스널 트레이닝, 크로스핏 등 다양한 '고가' 피트니스 센터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김도균 경희대학교 체육학과 대학원 교수는 "최근 몸짱 시대로 변화하면서 여가시간을 몸을 가꾸는데 많이 할애하고 특히 여성의 피트니스 진출이 많이 늘었다"며 "압구정동, 대치동 중심이었던 고가의 퍼스널 스튜디오(1대1 개인 교습으로 하는 운동 교육기관)가 3~4년 새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2012년 1개 사업체당 연평균 수입이 5900만원이었던 것에 비해 2015년 7109만원으로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

그만큼 퍼스널 트레이닝 수요가 늘어나다 보니 피트니스 업계 종사자들도 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 교육기관에 종사하는 인구는 4만6000명. 2012년(3만9000명)에 비해 약 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포츠교육 산업 자체가 수익성이 좋지 않은 편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벌 수 있는 퍼스널 트레이닝 강사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3개월 전 초짜가 내 트레이너?…3개월이면 '자격증' 정복

"내 트레이너 알고보니 나보다 'PT 3개월' 선배"
하지만 갑작스러운 피트니스 산업 성장에 따른 허점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수업하는 강사들에 대한 신뢰도 문제가 가장 크다.

운동처방사 자격증을 발급하고 있는 사단법인 퍼스널트레이너협회는 하루 9시간 총 10일간의 교육을 수료하면 자격증을 부여한다고 한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가 제공하는 커리큘럼을 따라오면 교육 이후 심사에서도 쉽게 통과할 수 있다”며 “대부분의 교육생들은 심사에 통과해 자격증을 받아간다”고 밝혔다. 그는 10만원 씩만 추가하면 체형관리사, 비만 관리사, 피트니스 지도사 등 다른 자격증도 쉽게 발급해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요가 자격증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국 90여개 지점을 보유하고 있는 ‘대한요가 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요가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지점을 많이 찾고 있다”며 “이들은 약 48시간의 교육을 듣고 대부분 요가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짧은 시간 안에 성장하다 보니 전문 강사의 자질 부분은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특히 자격증을 발급하는 기관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양질의 강사를 키울 수 있는 환경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가가 공인하는 유일한 자격증인 생활체육지도사(생체사) 자격증 발급률은 사단법인 자격증보다 현저히 낮다. 업계 관계자는 "생체사 자격증은 합격률이 다른 사단법인 자격증에 비해 낮은 편"이라며 "사실상 트레이너들의 자격요건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없다"고 말했다.

문체부는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으로 자격증은 민간법인에서 발급하고 문체부는 승인하는 방식으로 이뤄져 있다"며 "이 자격증을 일일이 정부가 관리하는 것은 어려운 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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