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런 세상]아동학대는 정말 '계모' 탓일까요?

머니투데이 백승관 기자 2016.03.29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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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일상 속에서 찾아내는 정보와 감동을 재밌게 풀어내는 코너입니다. 좁게는 나의 이야기로부터 가족, 이웃의 이야기까지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합니다.

아동학대 이미지./사진=뉴스1아동학대 이미지./사진=뉴스1


[e런 세상]아동학대는 정말 '계모' 탓일까요?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계모와 언니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요즘 아동학대 사건이 하루가 멀다하고 보도됩니다. '락스물로 아이를 씻기고 끈으로 묶어 세탁실에 방치하고…' 믿기 어려운 방법으로 아이를 학대한 부모들 때문에 한국사회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기사의 헤드라인은 하나같이 '비정한 계부', '인면수심 계모' 등 아이와 부모의 관계에 주목합니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나올 때마다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재혼가정의 부모와 아이, 그리고 그 가족입니다.



한 인터넷 게시판에는 "아동폭행 기사를 접할 때마다 재혼한 오빠의 조카들 생각에 마음을 졸인다. 새언니가 잘하는 걸 알지만 나도 모르게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는 상담 글이 올라왔습니다.

그 글은 "모든 계모들이 그런 것은 아닌데…" "계모·계부에 초점을 맞추니 마음이 아프다" 등 많은 댓글이 달리며 공감을 얻었습니다.



[e런 세상]아동학대는 정말 '계모' 탓일까요?
◇아동학대 가해자는 누구?
통계청에 따르면 2014년 국내 이혼 건수는 11만5510건으로 2011년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혼이 늘면서 재혼도 증가해 2014년 전체 혼인 건수 중 재혼 비율이 21.5%에 달한다고 합니다. 새엄마 또는 새아빠와 함께 사는 아이들도 그만큼 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진짜 아동학대는 '계모·계부'들에게서 더 많이 일어날까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2015 전국아동학대 현황'에 따르면 아동학대 가해자 8841명(75.5%)은 친부모였고 계부모는 474명(4.0%) 양부모는 32명(0.3%)에 불과했습니다.


물론 친부모가정의 비율이 재혼가정보다 높기 때문에 단순 비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혼가정 수가 적다는 점을 고려해도 70%포인트 이상 표본차이는 친부모에게 학대받는 아동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셈입니다.

백설공주의 왕비는 독일 구전에서는 친엄마 였지만 동화로 각색되면서 계모로 바뀐다./사진=영화 백설공주(Mirror Mirror)의 한장면.백설공주의 왕비는 독일 구전에서는 친엄마 였지만 동화로 각색되면서 계모로 바뀐다./사진=영화 백설공주(Mirror Mirror)의 한장면.
◇백설공주의 '친엄마'였던 왕비는 왜 '계모'가 됐을까?
'콩쥐팥쥐·장화홍련·신데렐라·백설공주…' 동서양을 막론하고 동화 속 계모는 나쁜 엄마로 그려집니다.

사실 백설공주에서 '나쁜 왕비'는 계모가 아니었습니다. 중세 독일에서 떠돌던 민담 속 '나쁜 왕비'는 백설공주의 친어머니입니다. '나쁜 엄마=계모'라는 공식은 이야기를 동화로 바꾸면서 그림형제에 의해 각색된 것입니다.

친엄마가 딸을 죽이려고 한다는 설정보다 계모가 딸을 핍박한다는 이야기가 더 동화답기 때문입니다. 엄마가 침대맡에서 동화를 읽어주며 "옛날옛날에 백설공주와 왕비가 있었는데, 엄마가 딸을 죽이려고 독이든 사과를 줬단다"라고 한다면 아이들이 잠에 들 수 없을 테니 말입니다.

뉴스에서 '계모·계부'를 부각시키는 것 또한 이런 동화 속 판타지의 영향은 아닐까요? 계모·계부이기 때문에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아닌데 말입니다. 하지만 그런 덧씌움 때문에 뜻하지 않은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동 범죄는 저지른 사람의 잘못이며 아이들을 보호하지 못한 사회의 문제이지 그것이 '재혼가정'의 탓은 아닐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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