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근 한화 이글스 감독/ 사진=뉴스1
'야신'(야구의 신) 김 감독은 구단들에게 '독배'와도 같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 약팀을 강팀으로 탈바꿈시키는 탁월한 능력을 가졌지만 그 대가가 만만치 않다. 팀 운영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요구하는 김 감독의 스타일 탓에 구단 프런트는 사실상 팀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다. 지독하게 승리만 추구하는 스타일 때문에 구단의 승률은 올라가지만 그만큼 호감도는 떨어진다.
지도자에 대한 평가는 성적에 따라 좌우된다. 한화가 '마약야구'를 선보이며 돌풍을 일으킨 지난해 시즌 중반까지 대다수 한화 팬들에게 '김성근표 야구'는 진리였다. 권혁 박정진 윤규진 등 '필승조' 불펜투수들을 혹사시킨다는 논란도, 큰 점수 차로 앞설 때 도루를 하는 등 야구의 '불문율'을 어긴다는 비판도 김 감독이 이끈 '마리한화'(마리화나 같은 한화 야구) 열풍에 묻혔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사진=뉴스1
김 대표는 정치권에서 '양날의 칼'과 같은 존재다. 선거 때 중도층 공략에 특효인 '경제민주화'의 아이콘이면서 노회한 정무적 감각의 소유자다. 이달초 '야권통합'을 전격 제안해 국민의당을 분당 직전까지 몰고가며 총선을 양당 구도로 돌려놨을 땐 '갓종인'이란 별명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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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반대편 칼날도 있다.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2012년 총선·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조차 그에게 제동을 걸지 못했다. 브레이크 없는 김 대표의 독주에 더민주 내부에선 "당의 영혼까지 팔려나갔다"는 탄식이 나온다.
야신과 차르는 적잖이 닮아있다. 야신은 이기는 야구, 차르는 이기는 정치를 한다. 기존의 관행에 맞서고, 강력한 신념과 카리스마로 조직을 뿌리째 바꿔놓는다. 전형적인 '혁신가'의 모습이다. 그러나 제어할 수가 없다. 전문경영인이지만 대주주도 이들을 통제하지 못한다. 지지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남긴다. 사랑받는 야구, 사랑받는 정치는 이들의 관심 밖이다.
다른 점도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특타'(특별 타격훈련) 등 추가 훈련을 시킬 땐 이유를 설명해준다. 팬들은 몰라도 선수들은 김 감독을 이해한다. 하지만 김 대표는 비례대표 2번을 고집하면서 단 한번도 제대로 이유를 설명한 적이 없다. 당을 이끌기 위해선 의원직이 필요하다고 했을 뿐 그게 왜 꼭 2번이어야 하는 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2번을 하든 10번을 하든 15번을 하든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만 했을 뿐이다.
조지 맥거번은 1972년 미국 민주당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제도를 도입하는 등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개혁을 성공시켰다. 그러나 개혁 추진 과정에서 그는 독단적인 태도로 대의원들을 적으로 돌렸다. 그로 인해 당은 분열됐고, 그해 대선에서 맥거번은 공화당 리처드 닉슨에게 참패했다.
김 대표는 '당의 승리'가 자신의 소명이라고 했다. 더민주가 개혁없이 승리를 기대하긴 어렵다. 그러나 개혁이 승리를 보장하진 않는다. 소통없는 차르식 개혁이라면 더욱 그렇다. 선택은 차르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