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과대평가된 AI"…주식시장에선 백전백패?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6.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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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재무학]<132>주식투자자들의 로망 AI…그러나 갈 길이 멀다

편집자주 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인공지능(AI)이 주식시장에서 인간과 수익률 대결을 펼치면 누가 이길까?"

지난주 서울에서 치뤄진 인공지능 대 인간의 바둑 대결에서 인공지능이 승리를 거뒀다.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패배에 큰 충격을 받고 인공지능에 두려움을 느꼈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인간이 패배한 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IBM의 인공지능 왓슨(Watson) 컴퓨터는 미국의 인기 TV 퀴즈쇼인 Jeopardy!에 나와 역대 최고 우승자들을 꺾고 완승을 거뒀고 슈퍼컴퓨터라 불리는 IBM의 딥블루(Deep Blue)는 이미 1997년 컴퓨터 대 인간의 체스 대결에서 인간을 이긴 바 있다.



솔직히 인간이 인공지능이나 컴퓨터에 맞서 대결을 할 경우 이길 수 있는 영역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두뇌를 써야 하는 경우엔 거의 없을 듯 하다. 따라서 바둑 대결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졌다고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는 어떨까? 바둑이나 체스 대결처럼 주식 수익률 대결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을 앞설 수 있을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달하면서 일각에선 머지않아 그렇게 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들은 인공지능(AI)이 인간의 능력으론 보지 못하는 주가와 시장 패턴을 찾아낼 수 있고, 또한 미래의 주가와 시장 움직임을 예측해 스스로 주식을 매매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 정말로 그런 인공지능이 있다면(혹은 개발된다면) 인간은 주식시장에서도 인공지능에 질 게 틀림없다.

주식투자자들은 예로부터 주식시장엔 어떤 패턴이 존재한다고 믿어 왔다. 그래서 영화 ‘인디아나 존스(Indiana Jones)’의 주인공처럼 주식시장의 감춰진 보물(=패턴)을 찾아내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여 왔다.

패턴을 찾는데 단순한 선형(linear) 통계 모델만으로는 한계를 느끼자 비선형(non-linear) 모델을 도입했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인공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 모델 같은 복잡한 모델까지 동원했다. 요즘 헤지펀드 회사들이 많이 이용하는 퀀트(quant)나 알고리즘(algorithm) 투자도 결국 더 복잡한 통계 기법을 이용한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퀀트나 알고리즘 등 고도의 통계기법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수많은 헤지펀드 회사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아직까지 숨은 패턴을 찾았다며 “심봤다”를 외친 곳은 한 군데도 알려진 바가 없다.

만약 숨은 패턴을 찾아내 주식거래에서 대박을 거뒀다면 금방 알려지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시장을 이긴 헤지펀드가 나왔다는 뉴스가 없는 걸 보면 아직 어느 누구도 패턴을 찾지 못한 것이리라.

일례로 시장을 이길 수 있다며 지난 2008년 워런 버핏(Warren Buffett)과 100만 달러 내기를 시작한 뉴욕의 프로티지 파트너스(Protege Partners)라는 헤지펀드 회사는 8년이 지난 지금 수익률이 66% 대 22%로 크게 뒤져 있는 상태다. 그만큼 주식시장에서 패턴을 찾는 게 쉽지 않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딥러닝(deep learning) 기술이 발달하면서 그동안 숨은 패턴을 찾는 데 실망한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딥러닝 기술은 지금까지 사진이나 목소리와 같은 복잡한 데이터 속에서 특정한 패턴을 찾아내는 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여 왔다. 따라서 사람들은 딥러닝 기술을 주식시장에 적용하면 그동안 알아내지 못했던 패턴을 마침내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로 돈 냄새를 가장 빨리 맡는다는 헤지펀드 회사들은 이미 수년전부터 인공지능 박사들을 영입해 인공지능을 주식거래에 도입하고 있다. 뉴욕의 대형 헤지펀드 회사인 브짓지워터 어소시어츠(Bridgewater Associates)는 2012년 말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Watson)의 개발자인 데이비드 퍼루치(David Ferrucci) 박사를 영입해 인공지능 주식거래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인공지능 분야의 또 다른 대가인 벤 고어젤(Ben Goertzel) 박사는 2014년 홍콩에서 헤지펀드 회사를 창업해 올해 초 드디어 100% 인공지능을 이용한 주식거래 시스템을 실전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유레카헤지(Eurekahedge)라는 리서치기관은 조금이라도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한 헤지펀드 회사가 이미 수십 군데에 달하고 있으며 수익률도 2008년 이후(2012년 제외) 줄곧 시장평균 수익률을 앞서고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옥스퍼드 대학의 스테펀 로버츠(Stephen Roberts) 인공지능 교수는 “주식시장에 인공지능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존재한다”며 “현재의 딥러닝 기술은 불확실성과 노이즈가 산재한 주식 관련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기엔 아직도 너무나 불안정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그는 “요즘 인공지능이 뜨면서 여러 헤지펀드 회사들이 자신들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다고 떠들어 대고 있지만 사실은 기존 퀀트나 알고리즘 등의 변형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진정한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한 헤지펀드는 아직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 테스트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그리고 설령 인공지능이 주식거래에 도입된다고 해도 바둑 게임처럼 인간을 이길 수 있을 지에 대해선 회의가 많다. 먼저 체스나 바둑은 천재 한 명과 싸우는 게임이지만 주식시장은 수억 명의 인간들(여기엔 수백 명의 천재들도 포함돼 있다)과 대결하는 차원이 다른 싸움이다. 인공지능이 천재 한 명을 이기는 건 식은 죽 먹기일 수 있지만 과연 수억 명의 인간을 꺾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게다가 정말로 시장을 이긴 인공지능이 나타나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방하려고 달려들테고 결국 그와 비슷한 인공지능을 만드는 건 시간 문제가 된다. 결국 해당 인공지능으로는 주식시장에서 더 이상 초과수익을 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투자 기법이 나온다 해도 머지않아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 주식시장의 오묘한 메카니즘이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제 아무리 인공지능이라도 말이다.

하지만 알파고-이세돌의 바둑대결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지 못할 것이라 믿었던 것처럼 아직 주식시장에 적용된 인공지능의 능력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알파고-이세돌 바둑 대결에서도 우리들은 첫번째 대국에서 인간이 진 뒤에야 비로소 인공지능의 능력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은 주식시장에서 인공지능의 능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는 쉽사리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과연 인공지능이 주식투자자들의 영원한 로망을 실현시켜 줄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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