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엔저 현상 멈추었는가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2016.03.09 03:30
글자크기
[MT 시평] 엔저 현상 멈추었는가


올해 들어 엔화 환율이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신흥국과 중국경제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버팀목이던 미국경제를 둘러싼 불안감도 높아져 연초부터 엔화는 상승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20엔대를 기록한 엔화는 올 1월 중순 116엔대를 오르내리다 1월 말 일본은행이 마이너스금리 정책 도입을 결정하자 2월 초에는 다시 120엔대로 밀려났다. 그러나 이러한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정책의 효과는 2~3일 정도에 그쳐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고조와 함께 엔화는 2월11일 1달러당 111엔으로 상승, 100엔대 진입 목전까지 간 후 3월 초에는 113엔으로 다시 밀려났다.

과거에도 엔화가 짧은 기간에 급등세 혹은 급락세를 보인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단시일에 엔화가 상승과 하락을 큰 폭으로 거듭한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일본 및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외환시장 참가자들이 혼란을 겪는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엔화의 향방을 확신을 가지고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



물론 최근 엔고 반전의 원인 및 앞으로의 변수를 살펴볼 필요는 있다. 우선 세계경제의 불확실성 고조와 투자자들의 리스크 회피 행동이 최근 엔고 배경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연초부터 최대 불안요인으로 작용한 국제유가가 엔화의 향방에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올해 들어 한때 배럴당 20달러대로 떨어진 후 30~40달러 수준으로 반등하고 있으나 단시일에 크게 상승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앞으로 중국의 경제동향이나 미국의 금리인상,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문제 등 세계경제의 리스크 요인이 부상할 때 유가는 다시 하락압력을 받기 쉬운 상황이다. 다만 각 산유국의 생산원가를 감안하면 배럴당 20~30달러의 국제유가는 지속되기 어려운 저유가다. 그리고 이미 바닥 수준까지 유가가 떨어졌어도 신흥국들의 금융시장이 버틴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으며 저유가에 따른 신흥국 경제 불안과 리스크 회피 성향의 심화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중국과 미국경제의 성장세는 당초 기대한 것보다 부진하지만 중국경제의 하드랜딩이나 미국경제의 조기 후퇴 가능성은 아직 높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미국의 올해 금리인상 폭이 당초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보이는 것은 엔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편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는 저유가 장기화에 힘입어 지난해 이후 확대 기조가 이어져 엔고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정성, 신흥국 경제 불안으로 인해 일본 투자자의 해외투자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국제수지 측면에서 일본의 대외흑자가 엔고 요인으로 작용하기 쉬운 측면이 있다.

이상과 같은 각종 엔고 요인에 대해 일본은행은 추가 금융완화 정책으로 맞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행이 전격적으로 도입한 마이너스금리 정책의 경우도 은행 대출 확대 효과 등이 애매한데도 엔저 유도 효과를 고려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본은행이 노골적으로 엔저 유도에 나서기도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2012년 말 이후 지속된 엔저를 용인한 미국은 최근 수출부진, 제조업경기 위축이 우려되기 시작한 상황이며,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저평가된 측면도 있기 때문에 미국이 일본의 노골적인 엔저 유도는 견제할 것으로 보인다. 엔화의 지나친 약세가 지속되면 중국 위안화 환율의 약세 우려가 확대되고 기타 신흥국의 통화가치 하락, 세계경기 위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것도 일본은행으로선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지나친 엔저는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일본은행의 추가 금융완화 가능성 때문에 엔고 진행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세계경제의 불안으로 야기되는 엔고의 경우 무조건 환영할 수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로서는 엔고를 통한 수출과 기업 수익 확대를 예전만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며 세계경제 부진에 대응하면서 코스트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를 촉발할 수 있는 신제품, 신사업 개척에 착실히 주력해야 할 것이다.

TOP